최근 맥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된 이후, 그렇다면 과연 어떤 리눅스 배포판을 써야하는가로 고민을 하게됐다. 쓸데없는 고민 같지만, 이 배포판 저 배포판을 써보느라 시간을 소비하는 일은 이미 20대 때에 해봤고, 이제는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쓰는 배포판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난 원래 슬랙웨어 2.2로 처음 리눅스를 접하기 시작해, 나중에는 우리나라 리눅스 유저들이 만든 레드햇 기반의 리눅스를 써왔다. 울나라 리눅스 1세대 유저들은 다 아시겠지만 알짜 리눅스의 인기가 좋았었다. 이후 마찬가지로 레드햇 계열의 한컴리눅스 2.0을 구매해서 쓰다가, 리눅스 발전에 기여한 공로라고 한컴리눅스 3.0을 무료로 증정받아 써왔었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왔고 제대한 이후에는 각종 리눅스에 손을 댔다. 이때 젠투 리눅스, LFS 등 당시에도 쓰기 어려운 배포판을 두루 섭렵하면서 리눅스에 대한 이해가 지식이 깊어졌다. 사실 지금의 리눅스 관련 지식은 이때 전부 쌓았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리눅스 공부를 많이 했다.

당시 모든 배포판 중에서 젠투가 가장 마음에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투를 지워버리게 된 이유는 컴파일 시간 때문이었는데, 당시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나는 컴퓨터와 무관한 직장을 갖고있었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반강제적으로 하다시피한 의무적인 일 중 하나가 컴퓨터를 켜서 젠투의 패키지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었다. 컴파일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이느라 내가 컴퓨터를 쓰는 건지, 컴퓨터가 날 쓰는 건지 모를 정도로 오래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젠투나 리눅스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젠투를 쓴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토록 패키지 업데이트가 잦았던 이유가 아마도 불안정판 (~)을 쓰고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굳이 포티지 리스트를 갱신할 필요가 없었으며, 게다가 딱히 불안정판을 쓸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컴퓨터에서 리눅스를 처음으로 지워버린 그날 이후부터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까지 리눅스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결국 젠투리눅스가 한국에서 쓰던 마지막 리눅스 배포판이었던 셈. 이후 접하게 된 첫 리눅스는 우분투 8.04였다. 이때 데비안 계열의 리눅스를 처음 접하게 됐고, 왜 그토록 사람들이 “데비안으로 대동단결”을 외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한국에서 리눅스를 쓰던 시절에는 yum이라는게 없어서, 필요한 패키지를 모두 받아다 rpm -ivh로 설치를 했기 때문이라, apt-get이 너무나도 편했다. 이때부터 우분투에 빠져들어 미국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우분투 사용자 모임에서 활동을 시작하게됐고 지금도 여전히 한국 우분투 사용자 모임의 IRC 채널 관리자를 하고있다. 아주 우연히도 취업하게 된 이곳의 서버 또한 전부 우분투로 운영하고 있고, 부서장 및 몇몇 직원들이 우분투를 데스크탑 운영체제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분투는 늘상 불안한 배포판이라고 생각하는데, 몇 년 전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캐노니컬의 재정상태를 비롯하여, 자금 마련에 실패한 우분투 폰 프로젝트, 데비안 기반이면서 더 이상 데비안과 완전히 호환되지 않는 자체 배포판 구조, 혼자만 밀고있는 독자적인 X 서버인 MIR, 자기네 규격을 밀려다 여론에 밀려 포기한 upstart 등을 보면, 캐노니컬이 나아가는 방향이 마치 애플이 그러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떤 리눅스가 특정 회사에 의해 유지/보수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망하지 않을 것” 같은 배포판은 어디일까 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1. 첫번째 후보이자 강력한 후보는 누구나 예상하듯 데비안이다.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배포판이라고 칭하고 싶다. 우분투 한국포럼의 한 유저에 따르면, uptime이 무려 3,500 days가 되는 서버를 본 적이 있다고 할 정도. 오로지 GNU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비안 프로젝트라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데비안은 그 어떤 회사에도 종속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리눅스 점유율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하는 근간이 되는 배포판이다. 안정판의 경우는 너무나도 안정적이어서 재미가 없을 정도이고, 이 데비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우분투의 경우는 캐노니컬이라는 회사가 망하면 없어지겠지만, 분명 데비안은 영원히 남을 거다.

2. 리눅스는 아니지만, 태생이 정통 유닉스의 뿌리가 되는 FreeBSD이다. FreeBSD 역시 영원히 망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운영체제라고 생각되며, 현재는 사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사실 알게모르게 많이 쓰이는 운영체제다.

3. 세번째로는 젠투를 꼽았다. 젠투는 내가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젠투 커뮤니티를 잘 들여다보면, 의외로 생각보다 커뮤니티가 거대하고 탄탄하며, 젠투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성향과 목적에 상당히 잘 부합하는, 아주 견고하며 잘만들어진 배포판이기 때문이다. 컴파일을 통해서 얻는 이익과는 무관하게, 배포판 자체가 아주 잘 만들어져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패키지를 설치 및 구성할 때 내가 원하는 옵션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부터가 이미 엄청난 매력을 준다.

4. 네번째로는 아치 리눅스를 꼽아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아치를 써본 적은 없지만, 아치만이 가진 매력과 유저들의 성향을 봤을 때 젠투와 비슷한 형태의 매력을 주기 때문에, 데비안 계열만큼 유저가 많진 않겠지만 분명 아치도 오래 갈 거다.

5. 마지막으로는 페도라를 꼽겠다. 레드햇은 특정 회사에 의해 유지/보수되는 배포판이지만, 그 커뮤니티의 규모와 역사가 워낙 다른 수준이라, 레드햇이 망할지언정 그 커뮤니티에 의해 페도라만큼은 영원히 유지할 것 같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내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젠투를 주력으로 쓰고, 만약 젠투가 망하면 우분투를 쓰고, 캐노니컬이 망하면 데비안으로 최종 정착하겠다.

유명 젠투 유저 지인은 현재의 젠투 리눅스는 “병든 닭” 같은 배포판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간 젠투 재단이 겪어온 길을 보면 위태위태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열성적인 유저들이 많고 유저의 수 역시 적지 않다고 판단되며, 일단 내 성향이 지극히 부합하기 때문에 젠투를 첫번째로 골랐다.

원래는 FreeBSD를 주력으로 쓸려고 했는데, nVIDIA 그래픽카드와의 상성이 너무나도 좋지않아서 포기했다. 사실, FreeBSD 커뮤니티를 돌아다녀보면 FreeBSD와 데비안과 젠투 중 어느 것이 가장 낫느냐는 등의 토론이 엄청나게 많은데, 확실히 FreeBSD 유저들은 데탑용으로 써야할 리눅스를 고른다면 데비안과 젠투 이외엔 아예 고려대상에 포함조차 시키지 않는 성향이 보이더라. 또한, FreeBSD 유저들이 말하는, 왜 FreeBSD여야만 하는가 하는 식의 글들을 보면 대부분의 이유는 (https://www.over-yonder.net/~fullermd/rants/bsd4linux/01),

1. 안정적이어서
2. 진짜 유닉스라서
3. systemd가 아니라서
4. 문서화가 잘되어있어서
5. 라이센스

그외, 유저영역와 시스템 영역이 분리되어있어서 안전하다느니, 배포판이 하나뿐이라느니 여러 의견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리눅스는 사실 운영체제라고 할 수 없다. 리눅스라고 불리우는 커널에 GNU 툴들이 합쳐진 그 무엇이다. FreeBSD야말로 진정한 운영체제다” 라고 한다. “데비안인가 뭐시긴가, 레드햇인가 뭐시긴가, 우분투인가 뭐시긴가 하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천개의 운영체제 뭐시기들이 바로 리눅스 커널을 사용하는 GNU 운영체제”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말같지도 않는 FreeBSD 유저들의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FreeBSD 유저들이 리눅스를 그렇게 깎아내릴 입장이 되나?

내가 FreeBSD를 주력으로 쓰기위해 테스팅 하기 전부터 인터넷에 있는 수없이 많은 FreeBSD에 관한 글들을 읽어봤다. 그리고 테스팅을 하는 과정 FreeBSD에 상당히 실망하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nVIDIA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를 리눅스의 것을 에뮬레이션 하는 부분이었다. 아니, 그토록 리눅스보다 FreeBSD가 위대하다고 하는데 드라이버는 어쩔 수 없이 리눅스 것을 에뮬레이팅하다니? 물론 하드웨어 벤더에서, 특히 그래픽 카드 쪽은 제약이 심해서 그런건 이해는 되는데, 하드웨어 드라이버를 에뮬레이션 해서 쓰는 것은 내 스스로 도저히 받아들이질 못하겠더라. 그래서 FreeBSD는 포기했다. 개인적으로 FreeBSD 기반의 방화벽인 pfSense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서버용으로 FreeBSD는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데스크탑용으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GNOME, KDE, XFCE 등의 유명 윈도우 매니져들의 태생부터도 일단 리눅스이고.

데비안을 첫번째로 선택하지 않은건, 운영체제가 너무나도 재미없기 때문. 그만큼 안정적이고 튼튼하다는 반증이겠지만.

페도라는… 레드햇 계열은 그냥 싫다.

아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패키지 업데이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이후 젠투를 사무실 데스크탑에 설치해서 이것저것 세팅하다가 systemd에 GNOME을 올릴려고 했으나 버그로 보이는 문제 때문에 설치가 안되서 포기하고 KDE 5 Plasma를 설치했다. 상당히 만족스럽고 잘 사용 중이다. 옛날에 KDE를 써보고 안좋은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젠투에서 설치해서 써보니까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특히나 맥에서 리눅스로 주력 운영체제 이전을 고려 중인 상황에서, 내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데다 생각보다 젠투의 완성도가 꽤 맘에 들어서, 현재 사용 중인 모든 컴퓨터에 젠투를 설치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제 8년 만에 다시 쓰는 젠투의 설치 매뉴얼과 각종 명령어들에 대한 내용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8년 전과 비해서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꼭 중요한 명령어나 절차가 있어서 이것들은 블로그에 꼭 기록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