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가지않은지 거의 2년이 다되가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다니는 치과에서 “앞으로는 6개월에 한 번씩만 오세요”라는 얘기를 듣고 6개월에 한 번씩 다니기 시작한 게 2년째이고, 6개월마다 한 번씩 가도 딱히 듣는 얘기는 없다. 그냥 의사쌤은 “앞으로도 이렇게 관리 쭉 잘하시면 됩니다”라는 얘기만 하고 가고, 스켈링해주는 치위생사분도 “딱히 할 건 없는데 기왕 오셨으니까 xx만 좀 발라드릴게요” 라고만 한다. 이게 벌써 2년째다. 비결은 딱히 없다. 치실이다.

사실 내 치아 건강은 형편없었다. 결혼하기 직전이 되서야 처음으로 스케일링을 받아봤고, 그덕분에 잇몸이 많이 내려앉은 사실도 알게됐으며, 그로 인해 치아와 치아 사이의 틈이 많이 보이고 일부 치아는 신경도 살짝 드러나있는 것도 있다. 신경이 나와있는건 괜찮은데, 웃을 때 치아 사이 틈이 많이 보이는 것은 약간의 컴플렉스가 됐다. 이때부터 이빨 관리를 좀 잘해보겠다는 생각에, 필립스에서 나온 소닉케어라는 초음파 전동칫솔을 사서 쓰기 시작했다. 스케일링이 초음파로 하는 거라니, 소닉케어를 쓰면 왠지 좋을 것 같았다.

이 모델을 2005년쯤부터 쓰기 시작해서 2016년까지 써왔다.

그러다가 30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미국은 치과 진료비가 살인적이라는 얘길 듣고나니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치과치료는 전부 하고 가자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정상적인 이빨처럼 나서 사랑니인지도 몰랐던 사랑니 4개를 다 뽑고, 2개를 금으로 크라운 씌우고, 2개는 금으로 때우고 1개는 세라믹으로 때우고, 3개는 브릿지를 하게되는 대공사를 했다. 2007년 당시 총 200만원인가를 들였고 다 괜찮았는데 딱 하나 브릿지를 하기 위해서 멀쩡한 쌩 이빨을 갈아버린 결정을 내린 건 지금 생각해보면 참 후회스럽다.

미국에 와서도 계속해서 초음파 전동칫솔이라는 소닉케어를 2016년도까지 써왔고, 워낙 인기상품이라 계속해서 신제품이 나왔다. 칫솔 부분은 마모가 되니 계속 구입해서 교환해줘야하지만, 그래도 치아 건강을 위해서 그 정도는 크게 문제 없었다고 생각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는데, 초음파 전동칫솔을 쓴다는게 나름 관리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가는 치과에서는 치아 관리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Deep Scaling이라고 하는, 마취를 해서 치아 뿌리 깊숙하게 하는 스케일링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전동 칫솔 때문에 Deep Scaling을 받아야만 했던 건 아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치위생사가 치실 꼭 써보라고 권하면서, 치과 의사들이 바빠서 딴 건 못하더라도 치실은 꼭 한다고 얘길 하더라. 치실하면 너무 좋다고 꼭 해보라길래 써봤는데, 얇디얇은 실을 손에 꼭 쥐고 이빨 사이에 넣는게 생각만큼 쉽게 되질않아서 몇 번 해보다가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Costco를 갔는데,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된 치실을 봤다. 가격도 얼마 안하는데다 양도 무지하게 많이 들어있어서 그걸 바로 구입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소닉케어 칫솔 구입하는 것도 점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되서 전동칫솔도 안쓰기로 하고 그냥 평범한 칫솔을 쓰기시작했다.

처음 치실을 쓰기 시작하면서 느낀 건, 아니 초음파 전동 칫솔질을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이렇게 더러운 게 많이 붙어있었나? 하는 정도로 더러웠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틀에 한 번은 꼭 치실을 썼다. 이걸 쓰면서 치아 겉에 붙은 더러운 것들을 제거하는데 묘한 쾌감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치아끼리 점점 더 밀착된다고 느껴졌다. 다시 말하자면, 치아와 치아가 서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강하게 밀착되면서 튼튼해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리 칫솔질을 열심히 꼼꼼하게 해도, 결코 칫솔질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됐다. 솔직히 칫솔질 아무리 잘해봐야 치실 한 번 하는 것만도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2일에 한 번씩 써도 그다지 크게 더럽지 않게되서 이제는 1주일에 2번만 쓰는데, 그 정도만 해도 크게 문제가 없게 됐고, 치위생사도 사실 주 2회 정도만 해도 아무 문제 없다 라고 하더라.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과 가는 날에도 치실을 하고 갔는데, 뭐 당연하겠지만 치위생사 왈 “아무 것도 할 게 없네요. 그래도 기왕 오셨는데 그냥 가시라고 하긴 좀 그렇고 xx만 발라드릴게요”. xx가 뭔지는 몰라서 못알아들었다. 스케일링하고나면 치아 겉에 발라주는 딸기향 나는 연고 같은 건데 치위생사가 마스크를 쓰고 얘기하니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은 그냥 칫솔 + 치실만 하면 전동칫솔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게다가 난 칫솔도 좋은 거 쓰지 않는다. 다이소에서 파는 2천원에 6개 들어있는 칫솔만 쓰고 있다. 어차피 전동칫솔 쓴다고 칫솔질이 깨끗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 칫솔질은 그냥 치아에 치약을 묻힌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하고있고, 1주일에 2번씩 절대로 잊지않고 치실을 하고있다.

치실 꼭 써보시라. 생활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