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나나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하루에 하나씩 반드시 먹지않으면 세상이 멸망하기라도 할 것 같을 정도로 집착하는데, 의외로 좋아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맛있어서 좋아한다. 바나나에 칼륨이 많아서 나트륨을 배출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은 잘 알고있지만, 일단은 그냥 맛있어서 좋아한다.
내가 어릴 때에는 바나나가 너무나도 비싼 과일이라 몇 달에 하나 밖에 먹을 수 없는 과일이었는데, 어느 날엔가 갑자기 아버지가 박스채로 사갖구 오셨다. 당시에는 어릴 때라 왜그런지는 잘 몰랐지만 그 이후로는 바나나 값이 싸져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그렇게 자주는 못먹었는데 하와이 오고나서 Costco 등에 가면 워낙 싸게 팔기 때문에 거의 하루에 하나씩 먹어도 될만큼 구입하게 됐다. 보관기간만 좀 길었어도 참 좋았을텐데…
여기 하와이에는 한국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바나나가 있는데, 애플 바나나 Apple Banana라고 한다. 어디선가 듣기에 한국에서는 바나나플 Bananapple 이라고 알려져있다는데, 애플 바나나라는 이름답게 상당히 새콤한 맛이 난다. 정말로 사과맛이 나는듯 할 정도 산도가 좀 있는데, 바나나를 좋아하지않는 울 와이프도 이것만큼은 좋아할 정도.
생김새는 위의 사진처럼 생겼는데 사실 저렇게만 봐서는 뭐가 다른지 알기는 힘들고, 보통의 바나나보다 짧고 많이 두껍다. 한국에서 말하는 “몽키 바나나” 같이 생기긴 했지만, 몽키바나나는 그냥 짧고 작기만 하고 애플 바나나는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아래는 일반 바나나와 애플 바나나의 비교샷. 오른쪽의 애플바나나가 훨씬 두꺼운데, 역시나 사진으로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애플 바나나는 하와이에서도 워낙 값이 비싸서 자주 사먹기 힘든 과일이다. Costco에서 보통 바나나는 아주 크고 품질이 좋은 보통 바나나 7개에 $1.85 정도 하는데, 애플 바나나는 8개에 $4~5 정도 한다. 사이즈는 반절인데 가격은 3배다.
이 애플바나나를 의외로 싸게먹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매주 수요일 아침 McCully 도서관 근처에 있는 Honolulu Stadium State Park 주차장에서 아주 조그만 Farmer’s market이 열리는데, 여기서 몇몇 상인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다. 아마도 집에 바나나 나무가 있어서 열리는 것을 따오는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하와이에는 자기집 마당에 망고 나무가 있는 집들이 많다). 상태가 좋지못한 것은 깎아주기도 하고, 자주 사러가면 한 개씩 더 주기도 한다.
익어서 떨어진 망고들이 땅에 부딪치면서 깨진다. 그래서 아무도 안줏어가는 망고들…
망고나무는 저렇게 가지 하나에 수십개씩 달리는데다 자주 나온다. 아 진짜 집에 망고나무 있는 사람들 부럽다.
참고로, 일반 바나나는 익으면 익을수록 갈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최고로 맛있는 상태이며, 점점 더 익으면서 갈색이 껍질 전체를 뒤덮으면서 껍질이 점점 얇아진다. 껍질 두께만 봐도 상태를 알 수 있는 과일. 이때는 향과 당도는 최상이겠지만 식감이 죽어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그만 갈색 점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 가장 맛있는 상태.
하지만 애플 바나나는 좀 다르다. 반점이 생기기 직전의 상태가 최고로 맛있는데, 사과처럼 새콤한 맛이 아주 강하게 나며,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신맛은 줄어들고 단맛이 강해진다. 일반 바나나는 너무 많이 익으면 물이 생기면서 물러지는데, 애플 바나나는 신기하게도 물러지진 않는다. 다만 스펀지 마냥 푸석푸석해진다.
아… 보관기간만 좀 길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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