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쯤이었을까, 내 차의 에어컨이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차가 한참 작동 중인데 에어컨이 꺼지기 시작한 거다. 에어컨이 아닌 냉풍이 불 때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는데, 차를 매번 탈 때마다 이런 증상이 시작하길래 우선 어떤 상황에서 이런 증상이 나는지 특징해보기로 했다. 꽤 오랫동안 겪어보니, 차가 시동만 걸린채로 멈춰있거나 낮은 RPM으로 천천히 운전하거나 하면 대략 8분 정도 후에 에어컨이 꺼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날씨가 좀 더 더워지자, 그 시간이 5분으로 줄어들었고, 심지어 높은 RPM으로 차를 운전하더라도 꺼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딜러샵에 가볼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성당 대부님이 자동차 범퍼/프레임/바디 등을 고치는 개인 비즈니스를 하시니까 아무래도 자동차 수리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대부님에게 여쭤봤고, 잘 아는 분을 소개시켜줬다.
이것 때문에 거의 한 달이나 되는 시간 동안 신경을 쓰게 됐다. 에어컨을 고치는 것은 사실상 에어컨을 전부 다 교체하는 수준으로 부품을 교체했으며, 대부님의 직접 소개로 간 곳이라 인건비는 거의 안받다시피 하는 수준만 청구받았다. 미국에서는 인건비가 엄청나게 비싸므로, 인건비만 줄이면 사실상 다 줄인 거나 다름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일들이 좀 더 있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내가 중고차를 샀으면 그냥 자동차 수리점에 가면 된다.
하지만, 내가 새 차를 샀고 지금도 그 차의 소유자라면, 딜러샵을 가는 것이 맞다.
에어컨을 수리하고나서도 완벽하게 수리가 되지 않아서 이후로도 여러번 수리점에 방문했었는데, 만약 딜러샵을 갔었더라면 돈은 더 들었더라도 한 번에 깔끔하게 수리가 완료되지 않았을까? 아니 사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문제인데 수리점 사장이 잘 몰라서 그냥 싹 다 갈아버린게 아닐까? 딜러샵을 갔었더라면 자기 제품이니까 제대로 고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후회가 계속 맴돌았다.
물론 딜러샵 가서 비싸게 고쳤더라도 아마 후회는 했을 것 같다. 차라리 대부님 소개해주시는 곳 갔었더라면 싸게 고쳤을텐데 굳이 딜러샵을 와야했을까? 별거 아닌 문제였는데 굳이 딜러샵을 와서 너무 큰 지출을 했나? 하는 후회를 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에어컨을 고치고나서 갑자기 차키 리모콘이 먹통이길래, 난 혹시나 에어컨을 수리하다가 리모컨 시스템과 관련된 배선 같은 걸 건드린게 아닌가 싶어서 대부님께 물어보니, 그거랑 에어컨이랑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며, 에어컨 고치다가 리모컨 시스템이 잘못될 일은 아예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걸 고치기 위해 딜러샵을 예약해서 갔었고, 거기서는 부품값 $400, 인건비 $300, 기타 비용 및 세금까지 해서 총 $798이 들었지만, 의외로 마음은 편안했다. 우선, 자기 제품이니까 뭐가 문제인지 잘 알았을테고, 교체한 부품에 대해서는 1년간 보증도 해주니, 이 문제로 다시 또 오게 되면 인건비는 또 지불하더라도 제조사에서 보증을 해주는 것이니만큼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물론 수리점에서도 내가 구입한 부품 및 수리에 대해서는 1년 혹은 12,000마일까지 보증해준다고는 하지만, 이는 마치 제조사가 보증해주는 것과 써드파티가 보증해주는 차이점 같았다.
9년 타고 다닌 차에 한 번도 돈이 들어갈 일이 없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수리를 하게 된 거라 크게 부담은 없었다. 이번 일을 통해, 다음에 언젠가 새 차를 사게 되서 고치게 된다면 그때는 주저없이 딜러샵을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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