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유튜브에서 본 올리버쌤의 “한국인 와이프와 미국 이민 8년차… 이제는 진짜 포기합니다” 라는 영상을 보면서, 미국 내에서 생활비 비싸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하와이라는 곳에 사는 나는 현재 어떤가, 어떤 상태인가를 생각해봤다. 일단 영상에서 언급한 문제만 비교해보자.
인종차별 – 하와이는 미국에 사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하와이 내 대부분의 인종은 동양인으로 구성되어있다. 물론 실제로 그렇진 않은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텐데), 위키피디아 등에서 보여지는 공식적인 인종구성 통계를 보면 대략 백인 20% 동양인 40% 혼혈 25% 하와이 원주민 10% 정도인데, 실제로 하와이에 살아보면 거의 대부분이 동양인이라고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하와이는 백인들이 역차별 받는 곳으로 알려져있고, 실제로 하와이 내 고등학교에서 수업 마지막 날을 Kill Haole Day라고 부를 정도이다 (Haole는 백인을 의미한다). 그렇다보니, 동양인인 내 입장에서 인종차별은 사실상 받아본 적이 없고 오히려 미국 본토에서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말을 인종차별인지조차 모르고 내뱉고 살게 될 정도다.
치안 – 동네마다 다르긴 한데, 하와이는 밤에도 여자 혼자 산책을 다니는 곳이 많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범죄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조심은 해야하지만, 그래도 낮 시간대만큼은 딱히 범죄를 걱정하면서 다닐 정도는 아니다.
재산세 – 미국 본토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텍사스 주의 재산세는 어마어마하다는 얘기를 여러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고는 있었다. 하와이의 경우, 정말 호화로운 주택/콘도가 아니라면 보통 재산세는 월 $200 정도 수준이며 이 정도 액수는 미국에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게 집 보험일 거 같은데, 미국 본토에서는 다양한 자연재해 때문에 보험료로 월 몇천불 단위의 액수를 지불해야하지만 하와이에서는 쓰나미 외엔 딱히 자연재해라고 할만한 게 없어서, 이 또한 월 $100에서 $200 정도로 해결이 가능하며, 심지어 요즘 콘도 같은 건물에서는 아예 관리비에 포함시켜서 직접 내지 않을 정도이다.
교육 – 하와이도 공교육이 딱히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 정도면 공립 보내도 돼 라고 말할 수 있는 학교들이 몇 있다. 그리고 사립이라고 하더라도 본토처럼 연 5만불 6만불 수준은 아닌데다, 그 절반도 안되는 사립학교들이 많은데다 하와이가 전체적으로 치안이 좋고 안전하기 때문에 아이 키우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료 – 하와이는 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민간 보험사인 HMSA 덕분에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병원을 이용한다. 미국 의료비에 관련된 유튜브 영상에나 나오는 것처럼 수천만원의 병원비를 내는 경우는 많지않으며, 내가 포스팅했던 글 중에 대장내시경에 관한 글이 있는데, 보험사에서 대장내시경 받을 나이 되면 해주는 거라서 받는 와중에 용종도 2개 제거하는데 총 비용이 $23이면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 외에도 치과보험으로 월 $30 정도 내고 연간 $2,500 정도의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안과 보험은 월 $5 미만 (대신 혜택이 매우 제한적이다)에 약값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개인이 직접 따로 HMSA 보험을 들면 매달 적지않은 비용을 내야하는 건 맞지만, 올리버쌤 영상에 나오는만큼의 액수는 아니며, 주치의한테 특정 검사를 받고싶다고 하면 왠만하면 거의 다 하게해준다. 그래서 하와이 내에서는 병원이 환자에게 갑질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보험사가 병원에게 갑질을 하는 편이라 개인 병원 의사들의 불만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기후 – 1년 내내 비슷한 날씨가 비슷한 기온에, 여름도 크게 덥지않고 (섭씨 26-30도) 겨울에도 추운 날씨는 아니어서, 전지구적으로 이상 기후에 대해 뉴스에서 많이 얘기하지만, 하와이 살면 그걸 잘 못느끼고 공감도 잘 안된다. 특히 2025년 여름은 한여름인 7월 8월에도 낮엔 선풍기만 틀어도 충분했고 밤엔 선풍기를 안틀어도 될 정도였다. 환태평양 조산대 지역에서 지진이 나면 그에 대한 여파로 쓰나미 경보가 울리긴 하지만 실제 피해를 입은 적은 거의 없고, 빅아일랜드 섬에서 화산이 크게 분출할 때가 많지만, 빅아일랜드 섬에서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 섬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아주 먼 곳이라서, 나조차도 한국 뉴스를 보고 화산이 터진 줄 알 정도로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물가 – 비싸다. 이건 쉴드 못치겠다. 그나마 아이 키우는 가정에서 Costco나 Sam’s Club 등에서 장 보고 해결하면 크게 문제 없다. 밖에서 쓰는 돈이 비싸지, 대형할인매장만 이용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하와이의 휘발유값은 아이러니하게도 L.A보다 더 싼데다, 좁은 섬이라는 특성상 운전을 장시간 할 일도 별로 없다. 그래서 사실 먹는 것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렌트비랑 먹는 것만 조절하면 생활비 또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만 해도 미국 본토에 사시는 분들에 비해 연봉이 많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비싼 하와이에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할 정도이니까, 다른 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 물론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라면 환율 생각하면 진절머리 날 정도로 비싸다고 하는 표현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미국에서 돈 버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관광지 물가 정도이지, 상식을 넘어선 수준으로 비싼 건 아니다.
위에 적은 것들을 종합해보면, 내가 사는 곳은 분명 미국이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겪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똑같이 겪진 않는 것 같다. 트럼프 정권의 불법이민단속만 해도 하와이에서는 정말 뉴스에서나 볼법한 남의 나라 이야기이고, 애초에 백인의 비율이 20% 밖에 안되는 곳에서 외모만으로 누가 불법이고 누가 합법인지 가려내는 건 불가능한데다, 하와이 내 백인들은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몸을 사려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내 주변만 해도 그 누구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 최근 하와이 경찰 연봉이 크게 올랐는데, 워낙 박봉에 시달리는 하와이 경찰들이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본토로 많이 떠나가서 치안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민들이 경찰 연봉 상승에 대해 지지를 해줄 정도면, 하와이 내 경찰에 대한 인식 또한 미국 본토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리버쌤 가족분들 하와이로 이주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은데, 본토 사는 분들 입장에서는 또 하와이가 물가 비싼 곳으로 악명이 높고 좁은 섬이고 하다보니 살만한 곳으로 그닥 추천되지 않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서 댓글은 못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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