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타를 사고싶어서 환장해있다. 컴퓨터에 빠져사는 UNIX Geek, 그리고 맥빠인 내가 왠 기타냐…
사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었는데 우연히 접하게 된 베이스 기타를 시작으로 헤비메탈 광이 되어버린 내가 뒤늦게서야 기타를 배워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됐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얘기긴 한데, 피아노를 배워서 그런지 몰라도 손가락 힘은 좀 센거 같다. 기계식 흑축 키보드를 쓰는데, 흑축도 너무 부드러워서 키압력이 더 쎈걸 치고싶다. 아무튼…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회에서 우연히 접한 베이스 기타가 나름 연주하기가 쉬워서 해보기로 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축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게 됐으며, 대학교 때는 교내 락그룹 동아리에 보컬로 들어가게 됐다. 물론 베이스 기타는 허접한 수준의 연주력이었고 보컬로서의 자질도 그닥 좋진 않았다. 친구한테서 배운 샤우팅 창법을 좀 갈고닦아서 보컬이 됐을 뿐. 물론 당시 누구나 부른다던(?) 쉬즈곤도 1절은 부를 수 있었다.
당시는 내가 1학년이었고, 감히 1학년이 공연에는 나갈 수 없다는 나름 규율 아닌 규율이 있었기에 그냥 학교 교내 밴드 7기 보컬이 됐다는 타이틀에 만족을 했어야했는데, 축제 때 나갈 공연에 베이스를 칠 사람이 없었고 그나마 째끔 칠 줄 아는 날 내보내게 된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는 베이스치는 게 너무 싫었다. 재미도 없고 주목도 받지못하고 게다가 들리지도 않고…
나이가 들어서인가 이제는 베이스가 참 매력적인 악기라고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악기를 배워볼만큼 여유로움이 생기면 꼭 베이스를 연습할테다 라고 다짐했었건만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애프터스쿨 이영의 베이스기타의 연주동영상을 보고(아이돌 가수가 악기를 친다는 데에) 깜짝 놀라서 더 찾아보니까 잉위 맘스틴의 Far beyond the sun의 연주를 보고 더 깜짝 놀라게 됐다. 그것을 시작으로 일반인 그것도 여자들의 일렉기타 속주 동영상을 보고,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베이스가 아니라 일렉기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상대음감 얘기할려고 서두를 이렇게 오래 쓰다니…
내가 대학 신입생 때 락그룹 동아리에 들어간 후에 일어났던 일이었는데, 선배들이 무슨 노래를 연주하고 싶어서 그 노래의 코드를 따낼려고 한참을 듣고있길래 내가 옆에서 한 마디 했다. “제가 따드릴까요?” 선배들이 놀라더라. 들으면 코드 아냐고 하길래, 듣는 즉시 바로 코드 나온다고 얘기를 했었고 그 이후로 내 별명은 베토벤이 됐다.
그런데 난, 피아노 배운 사람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별 거 아닌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피아노를 배워도 안되는 사람은 안된다고 하더라. 내 동기는 “청음”이라고 부르던데, 난 그런 용어가 있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절대음감이니 상대음감이니 하는 말들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내 음감은 형편없다. 아무 음이나 대충 하나만 치면 피아노 건반에서 그게 무슨음인지 도저히 구분이 안간다.
뭐 암튼 요즘 기타를 사고싶어하는 이유를 와이프한테 나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운 게 바로 내 상대음감 때문인데… 그 동안 머리 속에서만 만들어왔던 나만의 곡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일렉기타로만 표현할 수 있는 곡들로 작곡해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더 기타가 치고싶어졌다. 그러면서 와이프는 상대음감이 뭐하는건지 인터넷으로 알아봤다더라. 생각난 김에 나도 알아보니까, 청음이나 상대음감이 있는 사람들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면 곡 하나 정도의 계이름이나 코드 등은 다 따낸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 경우는 한 번만 들으면 된다. 노래를 들으면서 동시에 계이름을 적는 게 가능하다. 속주는 당연히 한 번에 안된다. 게다가 아직 기타는 연주를 할 줄 모르다보니 소리에 많이 익숙치도 않다… 물론 이게 대단한 능력은 아니다. 난 아직도, 피아노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가능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기타를 배워볼만한 가치가 있겠지? 악기연주는 평생 취미라던데, 이제는 해봐야 남는 거 하나도 없는 게임은 그만하고 기타리스트 되보고 싶었지만, 막상 시작하려고하니 시간도 없고 먹고사는데 급급해서 결국은 포기했다.
텍사스에 있는 모 대학에서 음대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지인 말로는,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은 다른 능력이라고 하더라. 지인은 절대음감을 갖고있는데,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게 절대음으로만 들리지, 계이름으로는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본인도 계이름으로 들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둘다 동시에 갖는 것은 잘 안된다고 했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다. 상대음감은, “음을 기억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낫다는 정도라고 한다. 나는 어떤 음악을 듣고 계이름을 말하려면 최소한 한 마디는 들어봐야 계이름이 나오는데, 생각해보면 음을 몇 개 듣고나서 그 음들의 간격을 뇌가 본능적으로 계산해서 그것들의 관계 등을 장/단조로 파악하게되어 계이름이 나오는게 원리가 아닌가 싶다. 따로 훈련을 받았다거나 연습을 한 것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냥 피아노를 좀 오래쳤고, 남들도 다 되는 건줄 알고 살아왔다.
글쓴이야 절대음감은 안갖고있으니 그 느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글쓴이가 느끼는 상대음감은 이렇다. 예를 들어, 다음의 글을 읽어보자.
송강호 왈 “옛날에 말이야, 최영의 라는 분이 계셨어. 최.영.의”
마치 영화 넘버 쓰리에서 송강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글쓴이도 어떤 음악을 듣든, 음을 듣는 순간 계이름 혹은 코드가 머리 속에 동시에 떠오른다. 생각을 안할려고 해도, 음악을 들으면 그냥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에 좀 신경이 쓰인다. 어떻게 보면, 아무 생각없이 마음 편한하게 음악을 들으려고 해도, 뇌의 한 쪽 구석에서는 계속해서 계이름이랑 코드를 라디오 방송국 마냥 뿌려대니, 잡생각 없이 음악을 감상하기는 좀 곤란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분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뭐 어쨌든 지금은 음악 안한지 오래됐고, 컴퓨터만 붙잡고 사는 컴쟁이이니 이 글을 너무 믿지는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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