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 다른 곳들도 다 비슷할텐데, 하와이에서는 어느 마트를 가든 계산대에서 계산하는데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 한국처럼 캐셔가 바코드 빨리 찍고 합계 금액 얼마인지 불러주고 하는 게 뭐 그리 오래 걸릴 일이 있겠느냐만은, 여기서는 손님이 캐셔랑 농담도 하고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어서 가져온 쿠폰을 꺼내기도 하고, 뭔 이벤트인지는 몰라도 종이를 가져와서 내밀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면서 매니저 부르고 이게 되니마니 하는 걸 뒤에서 보다보면, 아… 줄을 잘못 섰나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그냥 포기하고 옆 계산대로 옮겨야하나 하는 등 정말 짜증이 날 때가 많았다.

한국 같았으면 자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뒷 사람들에게 미안해했을텐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게 없다. 하와이 생활 초창기 때는 계산하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들을 뚫어져라 째려보면서, 당신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 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으나, 여기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더라. 그리고 왜인지를 깨닫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산대에서 오래 걸리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걸 하기 위해 나도 시간을 내서 여기를 왔으며, 내 시간도 소중하기 때문에 나도 빨리 하고 갔으면 좋겠다.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 날 탓해야할 게 아니라 이걸 오래 걸리게 만든 마트를 탓해라.

라는 것이었다. 이걸 깨닫고 난 이후에는 마트 계산대에서 누군가가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이해가 되서 많이 괜찮아졌다. 나 또한 가끔은 계산할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간이 걸릴 때가 있는데, 나도 사야되는 이 물건을 꼭 사가져가야하기 때문에 이걸 사러 여기까지 온 내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

애초에 계산대 줄 서기 전에, 나이가 많은 캐셔이거나 줄 선 사람들의 나이대를 보고 알아서 다른 계산대에 줄 서는 요령이 생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