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일어난 일인데 생각나서 적어본다.

내가 일하는 곳에는 현재 Mirantis OpenStack 9 버전을 운영 중이다. 대략 12대의 서버로 120 여개의 가상머신을 운영 중인데, 2017년 OpenStack (이하 오픈스택)으로 유명한 Mirantis (이하 미란티스)사에서 원격으로 디플로이했다.

오픈스택을 쓰계된 계기 그리고 미란티스 사의 오픈스택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데, 초창기 오픈스택이 등장했던 시기에 우분투를 제작했었던 캐노니컬이 오픈스택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었으며 따라서 당시 내 매니저였던 사람이 캐노니컬에 의뢰를 해서 오픈스택 클라우드를 구축하게 됐다. 당시에는 내가 취직해서 처음 일하게 됐던지라 오픈스택이 뭔지도 몰랐고 상황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었기에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당시 내 매니저가 캐노니컬 사의 오픈스택 구축 실력 및 결과물에 너무나도 크게 실망하여 다른 오픈스택 회사를 물색했고, 그래서 찾은 게 미란티스 사였다.

미란티스는, 확실히 굉장히 프로페셔널했고 당시 내 매니저가 전산학 박사였기 때문에 매니저가 궁금한 사항이라던가 질문이라던가 하는 것 역시 매우 수준 높은 것들이었는데도 모두 해결을 해줌과 동시에 오히려 컴덕nerd였던 내 매니저가 배우는 것이 더 많았다. 이런 내 매니저가 탐났던지 미란티스는 오픈스택 구축이 끝나는대로 매니저한테 이직을 제안해서 인터뷰를 했고 합격을 하여 실리콘 밸리로 직장을 옮겼다. 그리고 내 부서장 및 윗선에서는 내 매니저 포지션에 해당하는 직원을 뽑지않고 나한테 맡기기로 했다. 평생 부하직원으로만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취업한지 2년도 안되서 단독 사무실을 갖게된 셈이다. 물론 지금도 컴공 박사학위(Ph. D)가 있는 매니저가 있긴 하지만, 서로 일하는 사무실도 다르고 담당 업무도 많이 달라서 같은 건물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 얼굴 볼까말까 한다.

아무튼, 그리하여 이전 매니저가 미란티스로 옮겨갔으니, 새로 출시하는 새로운 버전의 미란티스 오픈스택을 쓰라고 추천하였다. 사실 기존에 쓰던 오픈스택 (Grizzly)이 너무 노후해서 끊임없이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너무 오래된 버전이라 기술지원팀에서도 오류를 수정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 결국 그해 IT관련 예산을 전부 들여서 서버 12대, 스위치 4대, 방화벽 2대 등등을 구입하고 미란티스와 원격 설치 &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어느날 하루는, 내 부서장이 이런 메일을 보냈다.

미란티스 기술지원 재계약 때문에 메일이 왔는데, 새로운 버전이 나왔으니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업그레이드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현재 버전을 계속 쓰고 기술지원계약만 갱신하고 싶다” 라고 얘기했더니, 미란티스에서 말하길 “그렇다면 우리 미란티스 오픈스택 제품에 대한 지원 연장으로 $20,000을 투자해라” 라고 하는데, 결국 거품이 터진듯 싶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는 잘 안가는데 아마도 올해까지만 미란티스 오픈스택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했다. 처음 이 메일을 받았을 땐 나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갔다. 그냥 기술지원 재계약하자는데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야한다고 하고, 제품 업그레이드는 안하겠다고 하니까 $20,000을 투자하라고? 이게 대체 뭔 소리인가 싶었다. 다시 확인하니까, 정말 저 메시지 그대로다.

매니저랑 부서장이 미란티스와 합의 끝에, 일단 1년만 더 기술지원을 재계약하기로 하고 그 이후에는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20,000을 투자해야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물론, 결코 그럴 생각은 없다. 1년 기술지원 기한이 늘었으니, 그 안에 오픈스택 클라우드를 처리하기로 했다.

오픈스택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꽃이라고 부를 정도로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모든 것이 집대성 되어있는 소프트웨어이다. 모든 것을 다 알아야 설치, 사용, 유지보수가 가능한 거대한 시스템인데, 내가 일하는 곳은 나와 내 매니저 둘이 IT 인프라스트럭쳐 대부분을 관리하기 때문에 인력의 한계상 오픈스택을 우리 힘으로 유지보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란티스에 기술지원 계약이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늘상 오픈스택은 늘 부담스러운 짐이 되어왔다. 나뿐만 아니라 내 매니저도 그렇게 느껴왔는데, 그렇다고 딱히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은 계속 오픈스택을 사용해왔다.

현재 오픈스택을 벗어나기위해 중앙전산실이랑 협의 중에 있다. 인프라스트럭쳐 서비스에 관련된 시스템은 내 사무실에서 내가 직접 관리를 하고, 그외 웹사이트 및 개발 관련된 쪽은 하드웨어만 중앙전산실에서 직접 관리해줄텐데 아마도 내 업무는 많이 편해지겠지만, 내 전문분야로서의 지식과 실력은 그에 반비례하게 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현재 IT 업계의 흐름이 가상화로 가고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과 같은 소규모에서 오픈스택은 너무나도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