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동안 삽질해가면서 make.conf랑 커널 옵션 찾아내고 별짓 쌩쑈를 다 해서 젠투를 설치했건만, 설치한지 불과 2주도 안되서 젠투를 밀어버렸다. 왜 그랬을까.

내 나이 30대에 전산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은행원 출신인데다 회계랑 재무 전공하러 미국까지 와놓구선, 4년제 편입할 때쯤 되서 전공을 컴퓨터로 바꿔버렸다. 왜 그랬을까.

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도 여러차례 적어놨지만, 나는 유닉스 계열의 OS를 정말 좋아한다. 리눅스, MacOS X 등등이 너무 좋다. 그래서 컴퓨터라고는 개뿔도 모를 것 같은 전직 은행원 출신이 리눅스 커널설정 고친다고 /usr/src/linux/.config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은 좀 예상 밖일 거다. 근데 이게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해오던 짓이었다.

슬랙웨어 2.2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배포판을 다 구경해본 -절대 사용이 아니다. 구경만 해봤다- 바로서는 째끔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다만 데비안/우분투 쓰다가 CentOS 구경해보니까 이거는 갭이 좀 컸다. 레드햇 계열 쓰다가 데비안 계열로 넘어오는 건 할만한데, 데비안 계열 쓰다가 레드햇 계열로는 못넘어간다는 말이 실감이 가더라.

이런 나한테도 정말로 적응이 안되는 게 있었다면, 리눅스는 여차여차해서 대충 알겠는데, FreeBSD랑 유닉스는 도통 모르겠던 거다. 표준 명령어 ls, cp, ln 같은거 말고는 당최 뭘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겠고, 그노무 슬라이스라는 건 대체 파티션이란 얘긴지 디렉토리를 보기좋게 잘라놓은 건지 모르겠단 말이었다. 게다가 쉘은 왜 그모양인지 백스페이스키도 안먹지, 탭키의 자동완성도 안먹지, vi 열면 방향키도 안먹지.

늦은 나이에 전공을 전산으로 바꾼 사건은 나에게는 아주 의미가 크다.
어차피 회계전공해도 한국에서 그 나이에 취업될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미국에서 취업이 잘되는 직업도 아니고.
아, 물론 취업이 잘되는 분야는 맞다. 그런데 너무 인기가 좋아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공 물어보면 전부 다 회계한단다. 처음에는 “오~ 같은거 공부하는 사람이네” 했었는데, 이제는 “또 회계야…” 이런 생각 든다. 다 경쟁자인 셈이다.
미국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서 취업하기 힘들 뿐더러,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취업이 되도 월급 쥐꼬리만큼 나오는거 (한국보다도 월급이 더 적다) 차라리 취업 잘되고 돈 많이 버는 걸로 하자는 결론을 냈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은 전공에 상관없이 취업이 가능한 나라잖아. 미국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라는 다짐이기도 했다. 그래서 Computer Science로 전공을 바꿨다. 다행히 Community College에서 수학을 꽤 높은 반까지 해놔서 다행이었다.

그러다보니, 늦은 나이에 전공도 바꿨고 취업도 되야하고 이런저런 별 생각 다 하니까 이게 아무 죄없는 젠투한테 시선이 가더라. 과연 내가 이거 공부해서 취업하는데 도움이 될까. 과연 젠투로 서버를 돌리는 곳이 있을까. 그런데 젠투를 계속 써보고 싶기는 한데… 우선 재미가 있으니…
그러다 문득 하와이 대학교 myuh 시스템이 생각났다. 하와이 대학교랑 HPU는 내부 시스템이 대부분 솔라리스다. 이걸 공부하면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와이 섬나라 애들 할 줄 아는게 대부분 윈도우니까.

설치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들을 구글링하니까, 한국에는 한글로 나와있는 자료들이 별로 많지않다. 대부분 vmware를 이용한 설치 및 기타 등등 설치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몇몇 유닉스 관련 사이트에서도 솔라리스 강좌를 보면 대부분 유닉스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ls니 cp니 하는 아주 기초적인 유닉스 사용법부터 시작하는 문서들 뿐이었다. 즉, 나처럼 리눅스를 째끔 쓸 줄 아는 사람들이 사용 중 닥치는 문제라던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해결하기가 매우 난감했다.

결국은, 대부분 외국 사이트에서 해결했고 그나마도 관련자료가 별로 많지 않았다.
따라서 오픈솔라리스를 쓰면서 생긴 문제점과 해결책을 적는 노트를 티스토리에 하나 포스팅해서, 계속 업데이트하는 식으로 쓸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