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쪽에다 써야할지 다른데 써야할지 참 고민되는 글…

나와 내 와이프는 나이가 40이 되도록 애가 없는 난임 부부로 분류되서, 이번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난임부부 시험관 시술 지원을 받아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고 왔다. 지금 현재로서는 피검사 수치로만 놓고 봤을 때는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서 계속 지켜봐야하지만, 이번 이 시험관 아기 시술 경험이 나한테는 참 의미있으면서 상당히 이상한 경험이다.

부부에게 있어서 아이란, 그러니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깊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눠서 함께하게되고, 이것이 육체적인 교감으로 이루어져 생기는 사랑의 결실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자연의 섭리이자 생명탄생의 신비이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사람과 동물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고등학교 생물시간 때 정자와 난자가 만나 세포분열을 하고 남녀가 가진 유전자를 통해 그 특성을 물려받는다는 내용을 지겹도록 배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랑이란 행위는 뇌 전엽부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연산작용 중 하나이다” 라고 공식화할 순 없진 않지않나. 그렇듯, 나 역시 임신이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결합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학문적인 내용보다는, 사랑의 결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험관 아기 시술은 참으로 이상한 경험이었다. 즉, 나와 내 와이프의 생식활동에는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이 안되니까, 결국 의학의 힘을 빌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 밖에서 인공적으로 진행시키고 그것을 다시 삽입시켰다는 건데, 즉 이 과정은 나와 내 와이프의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의사의 결실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나와 내 와이프의 유전자를 갖고있지만, 나와 내 와이프가 사랑을 해서 태어나는 어떤 운명적인 아이가 아니라, (원래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텐데) 의사가 태어나게 만들어준 아이라는 점인 것이다.

여기서 내 직업상, 그러니까 “컴쟁이”라는 직업에 자꾸만 비교를 하게 되더라. 썰을 풀어본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직업이 컴퓨터 쪽이 아니라면 이해를 못하실 수도 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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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이다. 나는 지금까지 “정자”라고 불리우는 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해오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실행 중인 컴퓨터 내에서 자료를 수집해 디비에 보관을 하고있다가, 특정 신호가 오면 특정 포트를 통해 서버로 자료를 전송하며, UDP 기반이라 수신확인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내 와이프 역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이자 서버 플랫폼 엔지니어이다. 와이프는 지금까지 “난자”라고 부르는 서버사이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해오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매월 특정 기간 동안 특정 포트를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 중 하나를 받아 컴파일하면서, 결과물을 10개월간 3D 프린터기로 출력하여 구현하는 형태로 작동하는데, 플랫폼만 같다면 데이터의 무결성을 검증하는 기능이 없어서 결과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모양에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나랑 내 와이프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몇 년간 쭉 결합하여 컴파일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무런 이유없이 컴파일 자체가 되질 않았다. 결국 기술지원업체 쪽 사람을 만나서 디버깅을 요청했지만 그쪽 사람 역시 특별한 버그는 안보인다고 한다.

결국 “시험관아기 전문” 플랫폼 전문 업체에 연락을 해서 거액을 주고 지원을 받았다. 업체에서는, 내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와 와이프 소스코드를 가져다 그쪽 업체의 서버에서 컴파일을 시도하여 성공했고, 출력물이 될 완성품의 도면 데이터를 와이프 서버에 설치했다. 설치가 되긴 됐는데, 서버 하드웨어 탓인지 커널이나 메모리 쪽에 오류가 있는지 작동에 좀 문제가 있어보인다. 기술지원업체 측에서는 유료로 제공되는 유저보수 스크립트를 매일 정확한 시간에 돌려야한다고 한다. 일단 며칠 두고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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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 이런 스토리가 그려지는데, 내가 진짜 이상하긴 이상한 거 같다. 생명의 탄생을 사람의 손으로 했다라는 경험이, 와이프 뱃 속에 있는 “아기”가 나와 와이프의 사랑을 통한 결실이 아닌 “의사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아마도 평생 잊지는 못할 듯 싶다…

다 적고보니 나 좀 돌+아이 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