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기차표 두 장을 샀어.
한장은 내 몫으로 남겨두고,
또 한 장은 발신인 없이 너의 주소만 적은 편지 봉투에 담아
너에게 보냈어.
행선지는 안개짙은 날의 춘천이어도 좋고,
전등빛에도 달빛인줄 속아 톡톡 다문 꽃잎을 터뜨린다는
달맞이꽃이 지천에 널려 있는 청도 운문사여도 좋을 것 같아.
중요한 건 내가 너보다 한걸음 앞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 것.
그래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지붕에 서 있는 풍향계가
종걸음치는 시골 간이역..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너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

뜬금없이 날아든, 그리고 발신인 없는 기차표에 아마도 넌
고개를 갸웃하겠지.
그리곤 기차여행에 맞추기 위해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의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나서
청바지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기차를 탈거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바쁜 일상에 함몰되어 지낸
그 동안의 네 생활과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차표 한장에 실어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생각하겠지.
누굴까..

예정된 시간에 기차는 시골 간이역에 널 내려놓을 것이고,
넌 아마도 낯선 지역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과
기분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개찰구를 빠져 나오겠지.
그순간..너는 방긋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거야..
너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네가…?!”
하는 말과 함께 함빡 상큼한 웃음을 지을 것이구..
미지의 땅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발견한 안도감과 일박이일의 여행,
그 신선한 자유를 선물한 사람을 찾아낸 즐거움으로 말이야..
늘 곁에 있지만 바라보는 여유 없어
‘잊혀진 품’이 되어 버린 자연속에서 우리는 또한번 여장을 꾸려.
‘함께 그러나 따로이..’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할 거야.
그리고 일박이일의 여정을 끝냈을 때 우린 다시
일상이 속한 도시를 향해 가는 기차에 ‘함께’ 오르겠지.
그리고 도시로 돌아가 자기 몫의 삶을 담담히 살아낼테구.
너는 이미 알고 있겠지?
내가 너에게 선물한 차표가
결코 일박 이일의 여정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너에게..
특히 네가 힘들고 고단할때 보내질 선물이라는 것을..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