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리눅스 등의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일종의 컴퓨터 광인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서,
내 나이 또래의 남들이 별로 갖고있지 않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
피아노를 5년간 배웠다. ㅎㅎ
이거보다 더 대단한 게 있다.
나는 음악을 들으면 듣는즉시 바로 계이름과 코드가 즉석에서 나온다. 그냥 줄줄줄…
누구는 이걸 “청음”이라고 했고, 누구는 이걸 “상대음감”이라고 한다. 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릴 때부터 기본으로 됐던 거다.

나는 이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할 줄 아는 기본스킬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 이 나이인 30대가 되도록… 그런데 사람들 만나보면서 얘길해보니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피아노를 5년이 넘도록 쳐도 코드를 모르면, 모르는 노래는 절대 못치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비록 내가 피아노를 배운 건 5년이긴 하지만,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나서도 계속해서 쳤다.
집에 피아노가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를 그만두고나서 손대기 시작한 건 베이스 기타였다.
옛날에 다니던 조그만 교회에서 큰맘먹고 악기들을 들여놨는데, 특별히 칠만한 사람들이 없었고
피아노 칠 줄 알면 베이스는 쉽게 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서 베이스를 잡기 시작했다.
사실 기타는 코드를 손에 익히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에 반해, 베이스는 솔직히 말하면
정말 금방 칠 수 있다. 대신 초퍼 같은 스킬 들어가면 여기서 포기하는 사람들 많다.
일렉기타에 비해서 스킬이 별로 없는 베이스인만큼 익숙하기가 무지 어렵다.
(음악하시는 분들이 이 글 보시고 코웃음 나오더라도 그냥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학 동아리 때 학교 락그룹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실은 보컬로 들어갔다. 샤우트 창법을
조금 할 줄 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코드따는 실력 때문에 보컬로서는 무대에 딱 한 번을
서봤을 뿐, 대부분의 무대에선 베이스만 쳤다… 별명도 있었다. 베토벤. ㅎㅎㅎ
그 밴드에서 음악적으로 실력이 좋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지만, 공연할 때 무슨
곡을 하고싶은데 악보없이 코드를 따낼려면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했기 때문이었겠지.
게다가 단순히 C B E 등의 기본코드만 따내는 게 아니라 아주 미묘한 음이 섞인 코드까지
따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 능력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없어지는
스킬이 아니라 음악에 손뗀지 오래인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다. 몸에 배었는갑다.

교회에서는 내가 교회를 열심히 다녀주길 바란다.
베이스 칠 줄 알지, 컴퓨터 문제 생기면 다 고칠 수 있지, 게다가 돈도 안들지…
내가 미국에서 교회를 다니면서 느끼게 된 거지만, 교회는 어떻게든 봉사해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이 열심히 봉사만 해주면 그걸로 끝인거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쪼개서왔던
할 일이 없어서 왔던 그건 교회가 알바 아니다.

나 역시 교회를 옮겨다닐 때마다 베이스 좀 쳐달라는 부탁을 수없이 들어왔다.
대부분 거절했다. 한 번 시작하면 계속해야하고, 일하면서 학교까지 다녀야하는 내 신세로서는
숙제와 온라인 시험을 치뤄야할 일요일날 교회가서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엄청나게 큰 투자였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공부할 시간은 일요일 밖에 없는 셈이다.

난 보통 그런 부탁을 받으면 대부분 거절하지만, 한 번 수락하면 꼭 지킨다. 그래서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 끝까지 해야한다. 그리고 정말 시간을 쪼개서 간다. 덕분에 점심밥을 얻어먹고 온다.
물론 헌금을 하긴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싶어서 글을 포스팅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돌아가면 이젠 교회는 안다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