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하와이 전역에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으며 절대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라는 긴급재난 메시지가 뜬 적이 있었다. 그날이 아마 토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주말이니 늦잠을 자고있다가 시끄러운 경보메시지가 울리더라.

뭐 솔직히 말하자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아무리 봐도 하와이에 미사일을 쏠 세력도 없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을 침공했었다고는 해도 당시 일본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가용한 자원을 전부 동원해서 일본의 적이었던 미국을, 그나마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인 하와이를 칠려는 계획이었었고, 당시 기술력으로는 태평양을 건너 침공한다는 게 자원이 바닥나고있던 일본에게는 쉬운 일도 아니었겠지.  또한 하와이에는 미국의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러한 비슷한 이유가 있지않는 이상은, 테러리스트나 북한 입장에서 하와이를 공격해서 얻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진짜 미국을 치려면 미국 본토 중심도시, 예를 들자면 뉴욕이나 L.A 같은 곳, 혹은 적어도 군수물자나 무기가 보관된 곳을 쳐야겠지.

이런 생각들이 아주 짧은 찰나에 스쳐가면서, 너무나도 당연히 “오보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바로 드러누워서 계속 잤다. 그리고나서 그 주말을 겪고난 뒤 월요일에 출근하니까,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됐다.

내 보스는 문자를 보고 패닉에 빠져서 진짜로 피난 갈 짐을 싸고있었다고 했고, 심지어 고속도로에서는 문자를 받자마자 차를 버리고 산 속으로 도망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침공 때문에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던데, 내가 테러리스트라면 하와이는 아예 폭격 대상에서 제외하고 시작할텐데 역시 사람은 다 생각이 다르니…

며칠이 지나서 그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었다. 원래부터 문제가 많았던 공무원이었다느니, 하와이 주지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알리려고 트위터를 접속했는데 자기 비밀번호를 몰라서 못했다느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기사가 올라오면서 결국은 짤렸다고 했는데, 한 주가 지나자 해당 공무원이 부당 해고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얘길 들었다.  이 얘길 들으면 “왜 소송을? 자기가 잘못한 건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내가 소속된 하와이 주정부 공무원 노조(라고 번역하는게 맞을 거 같다. HGEA, Hawaii Government Employee Association)에 소속된 공무원들은 근무한지 3년이 지나면 공무원이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가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해고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소송이 가능한 이유.

제 직업 완죤 철밥통이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