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는 출근시간 8시에 퇴근시간 5시로 거의 정해져있다. 다른 곳보다는 1시간 빨리 시작해서 1시간 빨리 끝나는데, 지각을 했다면 지각한 시간만큼 일을 더 하면 된다라고 하는 일종의 사회적인 통념이 있다. 예를 들어, 8시 30분에 출근했다면, 5시 30분에 퇴근하면 괜찮단 얘기.
첫 출근해서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어느날 하루는 지인과 함께 저녁 약속이 잡혀있어서 5시에 퇴근을 해야만 하는 날이었는데 그날 8시 30분에 출근을 했다. 퇴근하기 직전에 30분 먼저 가도 되냐고 사수한테 얘길해야하는데, 한국식으로 이걸 얘기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정말이지 한 30분은 고민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약속은 잡혀있었으니 말은 해야해서 용기를 내서, 딱 5시가 됐을 때 같이 근무하던 내 사수에게 “내가 오늘 일이 있어서 지금 가야될 거 같은데, 가도 될까?” 하고 물으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굉장히 이상한 표정으로 날 보면서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니가 가고싶으면 가는 거지,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지?”.
이런 일을 몇 번 겪은 뒤로는, 이러한 것을 물어보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됐다. 이후로는 너무 편해져서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됐다.
나: 야, 나 내일 모레 못나온다
사수: 어 그래? 뭐 무슨 심각한 일 있는 건 아니지?
나: 별 일 아냐. 걍 이러이러한 일이 좀 생겨서 어딜 좀 가야되는데 못나올 거 같아.
사수: 그날 뭐 특별한 거 없지?
나: 없어
사수: 오케
적는 김에 좀 더 적자면, 위의 에피소드로 봤을 때 내가 너무 직장생활을 날로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사수는 더 했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사수: 난데, 지금 출근 중이야?
나: 어 거의 다 왔어
사수: 오늘 우리집 애들 봐주는 베이비시터가 아무 얘기없이 안나와서, 오늘은 일 못나갈 것 같다. 특별한 일 없지?
나: 없어
사수: 그래 내일 봐.
이 정도는 그래도 애 때문에 그런 거니까 이해해줄만한데, 어떤 날은 사무실에서 일하다 한 3시쯤 되더니, “나 가야겠어. 내일 봐” 그러더니 휙 나가버렸다.
직장생활 참 편하죠잉
대박.. 벌써 4년이나 지난 글이긴 하지만 지금도 그런거죠?
설마 복무관련 규정이 없는건 아니죠? 연차에 따른 연가, 병가, 출장에 관련된 횟수 이런건 있는거죠?
당연히 법으로 정해진 휴가/병가가 있습니다. 글에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적진 않긴 했는데, 자신이 갖고있는 휴가일수 내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쓰던 그건 개인 자유이거든요. 제가 개인 사정이 있어서 못나온다고 한 에피소드나, 제 사수였던 사람이 베이비시터 때문에 못나온다고 했던 에피소드 등은 당연하겠지만 각자가 갖고있는 휴가일수 중 하루를 쓰는 것이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그것을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자신의 상사가 되는 사람에게 휴가를 가야한다고 얘기는 해야하는게 상식이지만, 한국에서처럼 상사에게 허락을 받는다는 개념보다는 윗사람 입장에서 자신의 다른 직원들과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확인하여 스케쥴을 조정한다는 개념으로 보는게 맞지않나 싶습니다. 개인을 집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이다보니 한국인 입장에서 볼 때 굉장히 놀랍긴 한데, 다만 이러한 부분도 적당히 눈치껏 해야합니다. 한창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나 힘든 일 있으니까 휴가 좀 2주 다녀올게 이러면 업무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을시 짤릴 각오는 해야겠죠. 물론 아주 큰 일이 생겼거나 하는, 누가 봐도 상식적인 상황이라면 아니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무리 개인의 의사를 중요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됩니다.
제 설명이 충분히 이해가 됐나 모르겠네요.
방문 감사합니다.
놀랍고도 놀라운 개인주의. 유교걸로써 적잖은 충격입니다.ㅎ
늘 재밌고 흥미로운 글 잘보고 있습니다~
재밌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방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