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게임들 몇 개-스타워즈 아웃로,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가 세일을 하게 되서 한참 플레이를 하고, 지금은 새로운 몬스터헌터 시리즈인 와일즈가 출시해서 한참을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이브온라인만한 게임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 이브온라인은 정말 마이너한 게임들 중에서도 마이너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브온라인의 일일 동접자수가 가장 많을 때가 3만명이 겨우 넘는 수준인데다 (https://eve-offline.net/?server=tranquility), 그나마도 그게 24시간 지속되는 게 아니라 몇 시간 동안만 유지되는데다 게임 자체적으로 멀티 클라이언트를 지원하다보니 일반적으로 한 명이 2-3 클라이언트씩 접속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제 유저는 2만명이 안넘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절반도 안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브온라인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홍보팀이 열심히 글을 올리지만, 댓글은 10명도 채 안될 정도로 처참한데, 심지어 좋아요 갯수조차도 10개가 안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브온라인만한 게임이 없다” 라고 말한 것은, 사실 나 뿐만 아니라 이브를 하는 많은 유저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딴 게임을 하면서도 계속 이브가 생각났다. 왜일까?
얼마 전,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물건을 배송해주기로 했다. 지타에서 로섹 성계까지의 배송이며, 1점프 거리라 어려운 건 없었다. 사이노 캐릭터도 이미 해당 성계에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었지만, 요즘 그 성계에 인서전시라는 컨텐츠 때문에 중국인 얼라이언스 인원들이 대규모로 활동 중이었고, 괜히 쓸데없이 사이노를 켜서 표적이 되고싶지 않았고 또 현재 사이노를 띄울 수 있는 함선이 포스리콘쉽 밖에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쪽 성계에서 활동하는 블루가 본인도 점프 프레이터 띄워야하니까 자기 사이노를 타라고 했다. 그래서 사이노를 타고 와서 보니, 블루가 띄운 사이노의 스트럭쳐는 내가 도킹권한이 없는 곳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게, 점프프레이터는 스너프 소속 캐릭터로 운영하면 안되기 때문에 운송용 콥을 따로 만들어쓰고 있어서 이 캐릭터는 그냥 뉴트였던 것이다. 게다가 또 때마침 DT 직전에 사이노를 연 거라, 빨리 워프해서 스테이션 도킹하면 되겠지 싶어 워프를 눌렀는데, 도킹 직전에 DT로 인해 접속이 끊어졌다.
문제는, DT 후 접속해보니 스테이션으로부터 3,600m 떨어진 곳에 랜딩했다는 것이었다. 도킹하려면 스테이션에 500m 이내로 들어와야하고, 점프프레이터의 이동 속도는 대략 60m/s 밖에 안된다. DT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접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로컬창에 중국인 얼라이언스의 인원들이 마구 접속하는게 보이는데, 내 점프프레이터는 스테이션까지 매우 느린속도로 기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언독해서 날 보게 되면 난 100% 터지는데다, 값비싼 점프프레이터에다 배송 중인 물건까지 수십빌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1분이 살짝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도킹했고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지만, 손도 달달달달 떨렸고, 손과 발에는 땀도 많이 났다. 이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안다. 사실 이게 처음은 아닌데, 예전에 로콸이랑 점프프레이터를 같이 움직여야할 때가 있었는데, 해당 성계에 자꾸 왔다갔다하는 사람이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 바람에 사이노를 띄울까말까 계속 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띄워도 되겠다싶어 로콸과 점프프레이터 둘 다 언독을 누르고, 로콸 먼저 사이노를 태워서 도킹을 했는데, 그 순간 사이노를 띄운 성계의 뉴트가 언독했다가 내 사이노를 보고 다시 도킹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 벤처로 사이노를 켰으니 아마도 날 잡으러 오겠구나 싶어 자폭을 눌렀고, 자폭시간이 다 될 때쯤에 그 뉴트가 갈아탄 함선으로 나한테 오더라. 그래서 킬메일을 주지않고 캡슐을 도킹했는데, 그제서야 언독했던 점프프레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도 정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었다. 당시에 내가 가진 재산 상당수가 그 점프프레이터에 실려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때도 꽤 긴 거리를 혼자 이동 중이어서 다시 스테이션으로 도킹을 눌렀고 그때도 1-2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을 엄청나게 긴장하면서 그야말로 똥줄이 타는 경험을 했었다.
인터넷 어디선가 본 글인데, 전쟁을 겪고 PTSD를 가진 군인들이 고향에 돌아와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약에 손대는 이유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이라던가 흥분상태라던가 하는 감각을 잊지못하고 다시 겪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봤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브온라인에서의 경험, 정말 그야말로 심장이 터질듯한 긴장감, 손이 덜덜 떨릴 정도의 상황은 다른 게임에서 겪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든다. 몬스터헌터에서 라잔이 아무리 어려워봐야 침착하게 패턴 봐가면서 하다보면 다 깰 수 있고, 흑룡 밀라보레아스 역시 처음엔 어렵지만 결국 꾸준히 하다보면 솔플로도 깨는 날이 오지만, 그렇다고해서 아무리 어려워도 이브온라인에서 겪는만큼의 긴장감은 줄 수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얼라이언스 플릿만 해도, 우리 얼라의 독트린 함선은 최소 2빌 이상에다, 매번 플릿을 뛸 때마다 하이 아뮬렛 (High-grade Amulet)이라는 4빌에서 5빌짜리 임플란트를 끼고 나가는데, 물론 SRP는 해주지만 100%는 아니기에 결국 내가 감당해야할 액수가 빌 단위라서, 플릿에서 살아돌아오기만 해도 나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무슨 게임을 해도 긴장감, 흥분감 등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몬스터헌터 와일즈를 하면서도 이브온라인이 생각나더라.
그렇다고해서 이브온라인 켜봐야, 배 돌리고 채팅하는거 말곤 딱히 할 일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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