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꽤 큰 싸움을 했다. 타이다이Ti-Di가 걸릴 정도의 상황은 아니어서 꽤 빠른 속도로 전투가 진행되서 전투 내내 긴장했었는데, 이 긴장감에서 끝날 때의 희열과 쾌감은 역시 다른 게임에서 얻지못하는 경험이기 때문에 이브를 계속 하게 되는 이유지 않나 싶다.
3월 28일 P3EN-E라는 널섹Null-sec 성계에, 하이 너바나 풀셋을 끼고 나이트메어Nightmare로 플릿을 폼업Form-up 했다. 아무리 탈출용 프리깃Frigate이 있다고는 해도 널섹으로 가면 걱정될 수 밖에 없는데, 보통은 이런 경우는 빈 캡슐Capsule로 가라고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하이 너바나 풀셋High-grade Nirvana Full Set이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타이탄Titan 브릿지를 타고 또 10점프 가까이 가면서 점점 더 불안해져갔다. 깊은 널섹일수록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테고, 널섹 땅주인 세력들이 대규모 플릿을 폼업해서 버블 펴면서 계속 추적해오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가는 동안에는 다행히 별 일 없었고, 목적지 성계는 Fraternity의 킵스타Keepstar가 있는 곳이었는데, 게이트 점프하자마자 캐리어Carrier와 팩스Force Auxiliary가 있어서 그걸 잡은 뒤 앤서블렉스 점프 브릿지Ansiblex Jump Bridge로 이동했다. 그리고 브릿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꽤 공격했는데도 FRT에서 별 반응이 없었다. 설마 박살나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폼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대응 플릿을 보고 다소 실망스러우면서 동시에 이게 널섹의 한계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FRT는 우리와 싸우기 위해 페록스 해군 에디션Ferox Navy Issue을 타고 100여명이 모였는데, FNI가 물론 페록스보다야 훨씬 더 쎄겠지만 그렇다고 나이트메어를 상대하는데 겨우 FNI라니, F1멍키인 나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우리 얼라인 스너프였다면 내 예상으로는, 전원 캐리어 폼업하고 킵스타에서 테더Tether 받으면서 대기하다가 공격해야겠다싶은 때가 오면 파이터Fighter 사출해서 나이트메어 공격하고, 만약 캐리어가 위험하다 싶으면 NSA 끄면서 버티다가 다시 도킹Docking해서 재정비하고 언독Undock하는 식으로 했을 거다. 그러면 손실이 크게 나지 않으면서 잘 버텼다 내지는 잘 대응했다 소리 듣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콥원들조차도, 이 상황에서 FRT는 캐리어를 폼업했어야했다 라고 얘기했다.
결론은 우리 쪽의 이피Efficiency가 무려 92.8%이라는 엄청난 결과로, 세이버Sabre 한 대와 로지Logistics 한 대만 터지고, FRT는 거의 모든 함선이 전멸했다. 거의 100 여대에 가까운 FNI가 붙었음에도 우리 쪽 나이트메어는 단 한 대도 터지지 않은 것이었다.
난 이것이 널섹의 장점이자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이닛The Initiative.에 들어갔을 때 지인에게 큰함선으로 전투하고 싶어서 널섹 갔다고 하니까 그분은 오히려 큰함선 전투하려면 로섹Low-sec을 갔어야했다 라고 얘기했었는데 당시는 그게 잘 이해가 안갔지만 지금은 이해하고 있다. 널섹에서 대부분의 전투는 작은 함선들로만 한다. 거의 대부분이 크루저Cruiser급이고, 건물 철거 같은 경우에만 배틀쉽BattleShip 그나마도 Tech 1 배틀쉽 정도만 쓰고, 캐피탈급 함선은 수익수단 컨텐츠할 때 쓰거나 아니면 자기들의 기지가 크게 침공을 받는 상황에서나 거의 마지막 심기일전의 용도로나 쓸 뿐이다. 아마도 평소에 캐피탈 플릿 폼업을 할 수 없는 건 캐피탈 쉽의 함선보상SRP (Ship Replacement Program) 액수가 얼라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들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널섹 거주인구의 대부분은 캐피탈쉽이 없다. 널섹은 인구가 매우 많지만, 초보도 엄청 많고 캐피탈 타기에 스킬이 부족한 인구도 매우 많기 때문에, 일부 유저들이 대부분의 캐피탈쉽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널섹이라는 장소 특성상 캐피탈 전투로 에스컬Escalation 하게되면, 사실상 어느 한 쪽이 전멸할 때까지 싸워야하기 때문에 널섹에서의 전투는 내 경험상 왠만해서는 캐피탈로 에스컬하지 않고 최대한 섭캡Sub-capital 함선들 선에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섭캡 투입”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는 게 결국 널섹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물론 상대방이 대규모 캐피탈 플릿으로 쳐들어온다면 똑같이 대응하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나에게는 이번 전투처럼 캐리어 폼업이 아닌 그냥 “더 많은 섭캡”으로밖에 대응하지 않는 한계점이 보였다.
그렇다고해서 이 글이, 널섹이 나쁘고 로섹이 좋다 라는 것은 아니다. 널섹과 로섹은 서로 장단점이 있고, 초보가 게임 시작해서 어느정도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널섹은 초보에게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돈 벌기 쉽고, 대규모 전투 경험해볼 수 있으며, SRP 있으니 돈도 별로 안드니 정말 이만큼 좋은 환경이 없다. 반대로 로섹은 초보가 처음 게임을 시작하기에 너무나 가혹한 환경이다. 널섹처럼 방공 시스템이 운영되는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돈 벌기 마땅치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초보에게 로섹은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널섹에서 해볼거 다 해보고나면 로섹만큼 또 재밌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투 이후, 폼업마다 매번 이런 빅파이트Big fight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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