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다시 젠투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7년 전에는 그냥 설치만 잠깐 해봤던 것이고, 메인 데스크탑 배포판으로써의 젠투 사용은 2004년 이후로 처음이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젠투 설치하는데 X-Windows + 데스크탑까지 설치하려면 정말로 1주일 내내 컴파일만 했어야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쓰는데 무리가 있었다. 예전에 실제 사용했던 젠투의 흔적들:
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jswlinux&from=postList&categoryNo=10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젠투에 정착하게 됐고, 현재 상당히 만족스럽게 쓰고있다. 예전에 처음 젠투를 쓸 때부터도 성향에 맞아서 잘 써왔지만, 지금은 더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당시보다 많이 발전해서겠지.

따라서, 당시보다 젠투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진 지금, 젠투 설치기를 다시 작성하려 한다. 젠투의 설치방식은 사실 2004년이나 지금이나 많이 바뀌진 않았다. 세세한 패키지의 이름 정도나 systemd의 차이 정도만 있을뿐, 여전히 한결 같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왜 젠투인가.
저사양 컴퓨터를 제외하면, 컴파일시 최적화를 통한 이득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미 대다수의 유저들의 설전을 통해 정리가 완료됐다고 본다. 따라서, 젠투를 사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젠투가 지향하는 배포판의 관리방식이 유저의 사용 목적에 지극히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보며, 나 역시도 그렇다.

예를 들자면, 내 경우는 내가 사용하는 패키지들이 LDAP을 지원한다면 최대한 LDAP 기능을 포함시켜서 설치했으면하며, 특히나 근무하는 곳의 규정상 모든 통신 프로토콜은 반드시 SSL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므로, 이 역시도 네트워크 관련 패키지라면 무조건 SSL을 활성화시켜서 설치하길 원하기 때문인데, 이런 점에서 젠투는 나에게 꼭 맞는 배포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요즘 젠투의 인기가 국내에서 많이 줄어들었는지, 젠투 설치기나 사용기 등을 검색해보면 최근 글이 아예 없다시피 했다. 물론 젠투 공식 핸드북이 워낙 잘 만들어져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설치기가 딱히 필요없기도 하지만, 보통 젠투를 처음 설치하면 누구나 설치 및 사용기를 작성하려고 하지않나 예상했다.

이 글은, 꼭 리눅스만이 아닌, 윈도우라도 설치/삭제 등을 밥 먹듯이해서 이제 파티션이 뭐고 운영체제가 뭔지 감은 잡고있으며, 문제발생시 구글링으로 스스로 해결하실 줄 아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설치기는 아래의 환경으로 설치를 진행한다.
1. 리눅스 단독 설치
2. 유선 네트워크
3. systemd
4. multilib
5. KDE 5 Plasma

테스트해본답시고, 동일한 환경으로 젠투 설치를 2주일 새에 5번을 해봤으니 거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젠투 설치는 기본적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루어진다.
1. 네트워크 사용이 가능한 다른 리눅스 배포판 부팅이미지나 젠투 부팅이미지로 부팅
2. 파티션 생성
3. 네트워크 및 설치에 필요한 환경 설정
4. 커널 설치
5. 부트로더, 로거, 크론 등 시스템 필수패키지 설치
6. 리부팅

사실 순서만 놓고보자면 우분투 등 다른 배포판의 설치과정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저걸 자동으로 해주느냐 수작업으로 하느냐의 차이일 뿐. 젠투 설치에 익숙해지거나 위의 설치절차가 이해되면, 파티션 생성 이후의 과정에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설치방법이 생기게 된다.

예전에 젠투 쓸 때는 “남자라면 stage1부터” 라는 이상하면서도 나름 이해되는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systemd에 multilib 적용시켜서 설치하면, 사실상 전부 다 재컴파일 해야하기 때문에 GCC 제외하곤 결국 stage1부터 한 것과 똑같아진다. Stage1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젠투를 설치하기 위해 젠투 설치 ISO 이미지와 stage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설치를 시작하면, 젠투설치를 하게해주는 GCC 컴파일러와 몇몇 툴들은 stage 파일에서 제공되는 것들을 사용하게 된다.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손으로 집을 지을 순 없으니, 최소한의 툴은 제공해주는 셈이다. 그런데, 일부 유저들은 “난 얘네들마저도 내 컴퓨터에서 컴파일된 것을 사용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GCC 컴파일러, Perl/Python 인터프리터 등, 내 컴퓨터에서 컴파일되어 최적화된 것을 사용한다면, 얘네들이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핵심 툴들까지 전부 다 내 컴퓨터만을 위해 최적화된 버전이 아닌가. 따라서, 젠투를 설치하는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툴들부터 내 컴퓨터에 맞게 다시 설치하는 과정이 stage1이다.

KDE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개인적으로 KDE를 별로 안좋아했고 예전에 잠깐씩 설치해서 써본 경험으로는 KDE가 불편해서 나한테 안맞는 윈도우매니저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번에 젠투 빌드하면서 GNOME이 어떤 버그로 인해서 설치가 되지않는 문제가 있었고, 그로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KDE 5 플라즈마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 KDE 5 플라즈마 구축해서 써오면서 알게된 건데, 생각보다 QT 기반의 소프트웨어들이 많았고, 그간 내가 gtk 기반 소프트웨어라고 알고 썼던 것이 알고보니 QT 기반이었다거나 하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xca 같은 소프트웨어).

기본 시스템 빌드하는데 소요되는 총 시간은 하드웨어 성능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시간 정도 예상하면 되지않나 싶다. 요즘 젠투 설치는 너무 쉬워서 핸드북만 봐도 사실 딱히 쓸 게 없는데, 나는 그 과정에서 일부 선행되어야하는 작업들, 알고있어야하는 것들을 발견해서 이 설치기를 쓴다.

다음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