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고등학교 때 우연히 알게 된 리눅스를 쓰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시작한 안티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M$라고 적기시작하면서 윈도우라는 운영체제와 담을 쌓고 살아왔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왜 마이크로소프트가 악의 축이었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돈을 요구하는 회사라는 점에 비해 리눅스는 무료라는 비교대상에 대해서는 확실히납득을 하고있었다. 하지만 리눅스를 고집했던 나만의 진짜 이유 첫번째는 리눅스는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었으며, 두번째 이유는 그냥 겉멋이었다. 뭔가 어려운 운영체제를 쓴다는 별 의미없는 자부심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리눅스 덕분에 내 인생의 진로도 정해졌고 취업도 하게 됐지만, 정작 정말 감명 깊고 인상 깊고 즐거운 경험을 했던 운영체제는 맥 OS X였는데, 당시 그토록 원하던 쓰기 쉽고 예쁜 리눅스/유닉스 기반의 운영체제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여러가지 단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유닉스 기반의 운영체제라는 점은 업무적으로 기능상 필요한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있었고, 쓰기편하고 예쁘다는 점은 개인용으로 쓰기 편한 여러가지 툴이 준비되어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맥용 소프트웨어들이 풍부했다. 게다가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등장으로 컴퓨팅 환경은 개인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애플 제품들 안에서는 삶이 달라질 정도로 편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 (https://blog.seowonjung.com/index.php/2017/01/02/224) 이후로 애플 제품 구입을 그만두기로 했고, 사무실에서는 리눅스만 사용해왔다. 집에서는 리눅스를 쓰기에는 PC에서 유일하게 하는 이브온라인 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하기가 여러모로 좀 번거로워서 윈도우즈10을 설치했는데,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라는 운영체제에 대한 내 인식이 상당히 많이 바뀌게 됐다. 어차피 업무적인 환경은 사무실로 충분했고, 집에서는 좀 더 개인적인 사용을 하고싶었고 리눅스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게임을 실행하기엔 아직도 리눅스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고 집에서는 컴퓨터를 켤 일이 그렇게 많지않았기 때문에 윈도우 써도 크게 불편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1년이 넘는 기간을 집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윈도우10 컴퓨터를 매일매일 업무와 개인용도로 쓰게 됐는데, 상당히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처음 윈도우10을 설치한 이후로 3년 동안 한 번도 포맷없이 지금까지 쭉 쓰고 있을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다. 처음엔 터미널 프로그램으로 알고있는게 Putty 밖에 없었고, 내 컴퓨터에서 리눅스 환경을 구성하려면 가상머신을 써야하는 줄 알았는데, Windows Subsystem for Linux (WSL)이라는 윈도우10 운영체제에서 실행되는 리눅스 서브시스템이라는 게 나오면서 컴퓨터를 쓰는 환경이 급격히 바뀌게 됐다. 왠만해서는 가상머신으로 리눅스를 띄울 필요가 없어진 것인데, 여기에 Putty까지도 필요없어지면서 동시에 리눅스가 설치된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일 거의 대부분을 윈도우에서도 할 수 있게 된 거다. 여기에, 윈도우라는 운영체제가 갖는 전세계 점유율에서 비롯되는 하드웨어 지원과 다양한 소프트웨어는 뭘 구입하더라도 항상 모든 기능이 제공되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하는 Github 프로젝트들, 예를 들면 PowerToys나 무료로 공개되는 비주얼 스튜디오 등의 툴들까지 더해지면서 맥을 쓸 때와 거의 비슷한 환경이 구성되고 있다. 물론 DEVONthink 같은 맥에만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들은 없어서 좀 아쉽지만 모든 하드웨어들이 최상의 성능과 모든 기능이 제공된다는 점에 있어서 충분한 보상이 되지않나 싶다. 다만, 바이러스나 맬웨어 등에 대한 부분은 아무래도 다른 운영체제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취약하다보니 개인적으로 더 주의해서 써야하는 문제가 있으며, 업데이트하고나니 갑자기 부팅이 안된다더라 하는 윈도우만의 문제가 있고, 유닉스/리눅스 계열 운영체제와는 달리 운영체제 재설치 후 예전의 환경으로 복귀시키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는 좀 많이 신경쓰이긴 한다. 주기적으로 클론질라를 이용해서 SSD 전체를 백업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걸 주기적으로 한다는 게 살다보면 쉽게 되지 않더라.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는 일들을 보면, 친 리눅스 혹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에서 하는 것들이 많이 보여 개인적으로 참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만큼은 계속 고집하고 있는데, 보안 때문에라도 아이폰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써야할 것 같다.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에 젠투리눅스를 설치해봤는데, 툭하면 사운드카드가 언플러그 되고, 특별한 하드웨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로그에서 ACPI 관련 에러가 지속적으로 생기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생기는 바람에 포기했다. 아마도 우분투를 설치했으면 마음 편하고 몸 편하게 쓸 수 있었을텐데, 컴퓨터에서 게임을 그만하게 될 때나 현재 사용 중인 윈도우10이 부팅이 안되거나 해서 윈도우를 재설치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 리눅스를 설치하기로 하고, 일단은 윈도우10에 충분히 만족스러우니 앞으로도 이러한 경험을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