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미국 망한다
미국에선 연봉 1억 받는 사람도 길거리에 나앉는다
이러다 한국 망한다
곧 위기 온다
캐나다 이민 실패
미국 유학 후 취업 실패 후기

등등의 미국, 캐나다 혹은 한국 등의 실정에 대해 설명하거나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하는 영상들이 인기가 좋다. 처음엔 궁금해서 몇 개 보기 시작하다가, 계속 보다 보니 이런 영상들의 공통점이 보였다.

  1. 아주 극히 일부만 겪었던 사실을 일반화 한다.
  2. 댓글의 내용 또한 부정적인 내용에 대부분 동의한다.
  3. 영상의 내용을 반박하는 댓글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다.

정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외국에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경험은 모두가 같을 수 없으며, 개인적인 상황 또한 모두가 다르므로 이민 실패담은 충분히 이해한다. 따라서, 이민 실패담에 대해서는 위로의 말씀과 함께 그분들께는 딱히 할 얘기가 없다. 다만, 그러한 영상들에 대해 댓글을 다는 사람들인데, 댓글 다는 사람들 또한 실패한 사람들이며, 이민을 가지 않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더라도 “외국 나가면 고생” 이라는 식이거나 “한국이 최고다” 라는 식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외국을 유튜브로 배우고 그게 전부인 사람들로 인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마치 진짜로 그런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미국은 거대한 나라이고, 주마다 서로 다른 나라라고 얘기해도 될 정도로 상황이 달라서, 어느 한 주만 놓고 미국은 이렇다 라고 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서,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와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미국 전체가 그렇다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위의 제목의 예처럼, 미국에서 연봉 1억 받는 사람도 길거리에 내몰린다 라는 유튜브 영상이 있었는데, 제목과 영상의 내용에서는 연봉을 1억이나 받아도 집세나 생활비가 너무 비싸서 컨테이너 같은 데에서 살거나 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었더라. 역시나 미국에서 살지 않은, 한국에서 유튜브나 뉴스만 보고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영상이라 어쩔 수 없는 게, 그 동네에서는 연봉 1억이 사회 초년생이 받는 액수라는 점이다. 미국 중소기업들이 하루에 수백개씩 망한다고 하는데, 원래 중소기업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하루에도 수백개씩 생기고 수백개씩 닫는다.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좋을 때나 안좋을 때나 늘 어렵다고만 얘기하며 절대 호황이라고 말 안한다. 물론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많을 거다. 근데 전부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는 거다. 뿐만 아니라,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냥 그렇게 사는 걸 선택한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천에서 강남까지 출퇴근한다거나 용인에서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사람들, 혹은 출퇴근에 2시간씩 소모하며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연봉 1억 길거리 인생들을 보고 댓글을 다는 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정적인 영상엔 부정적인 사람들만 댓글을 단다.
실패담 영상엔 실패한 사람들만 댓글을 단다.
댓글의 내용은 결국 사회가 망하길 바라는 그들의 희망사항이다.

라고 보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이나 행복한 사람들은 그런 영상을 보지않거나, 보더라도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댓글을 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만 해도, 내 주변의 수많은 연봉 1억 미만의 지인들이 미국 전국에서 물가 비싸기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하와이에 살면서도 나라가 망하네, 길거리에 나앉겠네 하는 소리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의 물가가 비싼 건 사실이지만, 위에 언급했듯 미국도 지역마다 다 달라서 일반화 하면 안된다. 하와이의 물가는 한국에서 관광 오신 분들 입장에서야 정말 입이 벌어질만큼 비싸겠지만, 현지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냥 원래 그 가격이었고, 여기서 돈을 버니까 그 가격에도 그냥저냥 살만한 거다. 그런 한국의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미국 가계대출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라고 떠들지만, 사실 미국의 모기지 대출은 고정금리인데다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 대출을 갈아타서, 집 산 사람들 대부분이 2%대라는 엄청나게 저렴한 이자를 내면서 대출을 갚고있으며, 더군다나 미국 의료비가 살인적이라고 의료비로 파산하는 사람들 영상도 소개하고 하지만, 의외로 물가 비싼 하와이에서는 보험만 있으면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병원도 쉽게 다닐만 하다. 내 경우만 해도 정기적으로 치과, 안과 다니고, 건강의 이유로 정기적으로 피검사 후 진단도 받고 하는데, 거의 대부분 돈이 안든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잘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난 그냥 남들에 비해 일하는 시간 적고, 노후에 연금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일개 공무원이고, 회계사로 일하는 아는 동생의 60% 밖에 안되는 연봉을 받지만, 그래도 하와이에 자수성가로 부모님 도움 전혀 없이 집도 샀고, 적당히 문화 생활도 하고 외식도 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아는 한인 간호사들만 해도 집이 2채 이상이고, 아는 회계사 동생들도 연봉 10만불 이상 받으니까 하와이에서조차도 삶이 달라질 정도던데, 내가 너무 밑바닥 인생을 사는 건가?

그래서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 물론 내가 하와이 섬나라 촌구석에 살아서 모르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미국 본토의 상황은 정말 저런가? 왜 다들 그렇게 어려운 상황만 마주했을까? 하는 이해도 되지않고 공감도 되지 않은 영상들만 가득했다. 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민자들이 봐도 성공한 인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닥 힘든 일도 없고 위험한 일도 없었다. 2012년도에 12월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때 받은 오퍼가 연봉 $43,000 이었지만 난 수락했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만 가려다가 취업 안되서 귀국하면 그게 실패인 건가? 좀 더 눈을 낮춰서 취업할 순 없었을까? 박사 학위 달고 교수까지 하다가 온, 나랑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내 사수는 그럼 뭐지? 내 사수 말고도 우리 부서 인원 13명 중 박사 학위 소지자만 6명인데, 그 사람들도 뭐 다 빅테크 갔어야했나?

다시 강조하지만, 각자 개개인의 경험과 상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분들이 경험한 것들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 안타까운 마음에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으며,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런 실패담을 일반화하는 댓글들이나 자극적인 내용과 제목의 영상들을 보시는 분들에게, 유튜브로 세상을 배우지 마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