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드디어 6년에 가까운 유학생활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석박사도 아니고 학사여서 그랬던 것인지, 정말 지겹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네요. 게다가 알바까지 6년 거의 내내 했으니깐요. 개인적으로 기쁜건, 졸업식도 치르기 전에 이미 2군데로부터 잡 오퍼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총 3군데 인터뷰를 봤는데 2군데에서 오퍼를 받았으니, 그래도 꽤 결실있는 졸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를 내세우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구요, 제목대로 나름의 유학수기와 취업수기를 써볼까 합니다. 제가 풀타임 정규직(Permanent) 직원으로 취업하게된 하와이 주립대학교 (UH)에 대해서도, 취업하면서 겪은 일들과 절차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드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금융기관에서 일했었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는 저만의 컴플렉스 때문에 2007년 3월, 3년 다닌 직장을 정말 무작정 때려치고 와이프와 함께 하와이로 유학을 왔습니다. 토익 400점도 안되는 말도 안되는 영어실력으로 GV라는 어학원에서 첫날 레벨4를 받았고, 대학에 갈거면 빨리 가라는 주위 유학생들의 권유로 2달도 채 안되서 토익시험을 봤고, 정말 운좋게 660점을 받아 하와이 주립대학교 산하 칼리지 중 하나인 Kapiolani Community College의 ESOL 94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KCC만 졸업하고 한국 돌아갈려고 생각했었구요, 다니던 직장에서도 졸업하고와서 다시 오라고까지 했었습니다. 다들 그렇듯, 저 역시도 KCC가 뭐하는 학교인줄 몰라서, 경영학이 있으면 그거 전공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무 정보도 없이 아무 것도 알아보지않고 그냥 왔었습니다.

그때 ESOL 94와 같이 들었던, 평생 잊을 수 없는 BUS 120 수업을 들었었는데, 영어도 잘 못하는데다 교수님 강의 방식까지 특이해서 정말이지 유학온 것을 너무나도 후회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내가 왜 그 좋은 직장 때려치고 여기 와서 이 고생을 하고있을까… 앞으로 남은 학기 어떻게 버틸까… 오늘 수업 제낄까… 등등 마치 왕따 학생이 자기 괴롭히는 애들 때문에 학교가기 무서워하는 심정 마냥, 너무나도 큰 후회를 했었습니다. 그나마 학교생활의 버팀목이 되어줬던 것은, 여기 하와이까지 오기위해서 쓴 돈이 아까워서였습니다.

간신히 첫 학기를 보내고 두 번째 학기가 되어서, 그때 만나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한 유학생 동생을 어카운팅 수업에서 만났고, 미국 유학이 옆동네 놀러가는 것도 아닌데 기왕 온거 4년제까지는 하고가야하지 않느냐라는 말에 혹 넘어가서 A.S Accounting이었던 전공을 A.A Liberal Arts – Pre-Business로 바꾸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하던 일이 금융이었으니 그나마 좀 비슷한 부분이 많은 Accounting을 전공해서 CPA가 되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하지만 그 이후 만나는 유학생들마다 전공이 전부 Accounting이라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그것도 너무나도 많은 여기 학생들과 유학생들이 어카운팅을 전공했고, 이미 졸업한 많은 유학생들 사이에서 살아남기가 쉽지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KCC를 졸업하고 트랜스퍼를 해야하는 시점에서 엄청난 갈등을 때렸습니다. 이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가뜩이나 취업도 잘 안되고 월급도 짜다고 소문난 회계라는 분야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제가 평생을 좋아해왔던 전산학(Computer Science)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순전히 학비가 주립대보다 훨씬 싸서 옮겨간 사립대학인 HPU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1년이라는 시간을 더 소모했습니다. KCC에 저보다 한 학기 늦게 들어온 어카운팅 전공 유학생이, KCC 졸업 후 UH로 트랜스퍼해서 저보다 한 학기 더 빨리 졸업했으니, 저는 1년이라는 시간을 남들보다 더 소비한 셈이죠. 게다가 HPU 다니는 3년 내내 같은 전공을 하는 한국 유학생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좀 외롭긴 하더라구요. 한 가지 좀 후회스러운 점이 있었다면, 그 1년이라는 시간을 더 소모했었던 과목들은 KCC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수업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지 지겹다는 이유로 빨리 KCC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HPU에서 비싼 학비를 내가면서 다녔는데 그게 좀 후회스럽네요.

대략 졸업하기 1년 전쯤부터해서, 많은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성적보다는 경험을 더 우선적으로 쳐주는 컴퓨터 분야 특성상,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외부 프로젝트를 받아서 했었구요, 그게 좀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하와이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아실만한 웹사이트들 중 몇몇은 제 손을 거쳐갔구요, 웹사이트 외에도 정말 누구나 아실만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덕분에 성적은 많이 떨어져서, 마지막 1년은 그동안 쭉 올렸던 Dean’s List에 이름을 못올렸습니다.

대략 9월쯤 학교에서 OPT Workshop을 하니까 올 사람들은 오라는 메일을 받았고, OPT를 신청할 유학생이라면 반드시 가야합니다. 또한 각종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하고나면 대략 2-3개월 안에 OPT 카드를 받게되는데, USCIS 암만 조회해봐야 그냥 기다리는 거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나중에 OPT 신청하실 분들은 이 글 보고 참고하세요. OPT 신청할 때 본인이 언제부터 일하고 싶은지 희망날짜를 적어내는 항목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졸업은 12월 18일에 하고, OPT 희망일은 1월 18일로 정하고, 12월 27일에 취업이 되서 회사에서 당장 일하길 원해도 OPT 카드 날짜 전까지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점 참고해서 날짜 적어내시구요. STEM이라고 불리우는 이공계 전공자들은 OPT 기간이 28개월이고 그외에는 12개월인데, 28개월이라고 해도 OPT 기간은 1년 단위로 나옵니다. 연장을 통해서 28개월이 되는데, 매번 신청할 때마다 $380 이라는 비용이 드니까 주의하시구요, OPT 카드 잃어버려도 $380 들어갑니다. 신주단지 모시듯 해야되요. 또한, OPT 신청해서 카드를 아직 발급받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를 가시게 되면, OPT를 처음부터 다시 신청하게되므로 절대 이사가지 마세요. 그 외에도, OPT는 좀 자유스러운 게, 2개월 동안 취업이 되지않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하지만, 꼭 월급을 받는 회사는 아니어도 됩니다. 다시 말해서, Volunteer로도 OPT가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규정 자체는 아주 느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졸업하기 2개월 전쯤부터 이력서를 돌리는 게 좋다고 해서, 저 역시 10월 중순부터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몬스터, 글래스도어, 다이스 등등 유명 취업사이트에 이력서 올리고 프로필 작성하니까 다음날 각종 메일, 전화 등등이 빗발쳤습니다. 자고일어나면 메일이 수십통씩 와있는 거죠. 문제는, 대부분이 본토 헤드헌터들이 보내는 것들이구요, 어느정도 조건이 맞으면 무작위로 보내는 거라 주의해야합니다. 여기가 하와이다보니 아무래도 본토가서 면접보고 오는 것이 쉽지않은데요, 따라서 헤드헌터들이 봤을 때 이력서 올린 학생이 정말 마음에 들면 스카이프 인터뷰나 전화 인터뷰 등을 요청하고, 패스하면 비행기 티켓을 보내준다고도 합니다. 저는 거기까지는 안겪어봐서 잘 모르겠네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 경험상 잡 서치 사이트에서 오는 헤드헌터들의 컨택메일은 대부분 검색에 의한 무작위 메일이니까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저는 아직도 메일이 하루에 몇 통씩 꼬박꼬박 와요.

제 첫 인터뷰는 HPU 전산실에서 봤습니다. 컴퓨터 분야 전공이라는 특성상,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얘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 반대로 신변잡기에 대한 질문만 받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마음에 들지않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기술인터뷰는 2차에서 볼려고 했었던 것일지도 모르죠. 어찌됐든, 휴일엔 뭐하냐, 5년 후에는 뭐하고 있을 것 같냐, 일 안하는 동료직원이 있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등의 근무태도나 기업조직에 대한 윤리관 등에 대한 질문만 받았습니다. 한 시간 넘게 했구요, 나중에는 입에서 단내가 나더라구요.
제 첫 인터뷰에서 가장 큰 포인트는, 제게 워킹 퍼밋/비자가 있냐고 물어봤고, 저는 없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물론 졸업하고나면 OPT 카드가 올 것이고, 그게 곧 워킹퍼밋이니까, 학교 직원이면 그쯤은 당연히 알고있을 거라 생각해서 굳이 그렇게까진 말을 안했던 거죠. 제게 워킹비자가 필요하냐고 물어봤고, 저는 H1-B support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면접관이 그게 뭐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대강 설명은 했지만 잘 모르는 눈치여서 다소 놀랐었습니다. 학교 직원이면 유학생들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걸 알게된 셈이죠.

어쨌건, HPU에서의 첫 인터뷰 이후 연락이 없었고 그때가 대략 10월쯤, 그러니까 졸업하기까지 아직 2달이 더 남아있었던터라 일단은 학교수업과 외부 프로젝트에 집중했습니다 (UH에 취업 후 며칠 지나자 2차 인터뷰를 보고싶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여기저기 몇군데에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냈었는데, 12월 초쯤 한 로컬 웹사이트 제작회사에서 2명의 면접관과 인터뷰를 보게됐습니다. 제 이력서에 워낙 웹사이트 프로젝트가 많았던 탓인지,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묻질 않았고 마찬가지로 제 성격이나 윤리관 같은 것만 물어봤습니다. 웹사이트 제작회사라서 제 개인적으로 좀 쉽게 생각하기도 했었고, 제가 꼭 일하고 싶었던 분야도 아니어서 아주 마음 편하게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대략 30분 만에 인터뷰가 끝났구요, 그리고나서 그 다음 주에 Employment Offer Letter를 받았습니다. 기재된 사항으로는 연봉 액수와, 보험, 그리고 직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등에 대한 사항이었습니다.
웹사이트 제작사에서 인터뷰를 보고난지 2일 후에 이번에는 UH에서 인터뷰를 봤습니다. UH의 job apply는 일반 기업체에 비해 까다롭고 복잡한데요, 먼저 절차부터 설명드리자면,

1. 본인이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지를 서술하는 자기소개서(Cover letter) 작성
2. UH Form 64 (일종의 입사지원서) 작성
3. 이력서
4. Three Professional References (관련분야에서 본인의 업무능력을 증명해줄 수 있는 참고인 3명의 이름, 직책/소속, 전화번호, 이메일)
5. 성적표 원본 (Official Transcript)

이 5가지를 봉투에 넣어서 “우편”으로 보내야합니다. 우편이 접수되고나면 UH로부터 메일이 한 통 오는데요, 일종의 신상 파악 같은 겁니다. 범죄기록 있는지, 인종이 뭔지 알려줄 수 있는지 등등. 그리고나서 서류전형에서 통과가 되면 해당 직원을 고용하고자하는 직원 (제 경우는 교수님이었습니다)으로부터 인터뷰를 하고싶다는 전화가 옵니다. 스케쥴을 잡았고, UH에서 파킹하기가 쉽지않음을 알기 때문에 혹시 제 차를 파킹할 수 있는지 요청했었습니다. 제 경우는 다행히 손님용 파킹티켓을 하나 예약해줬었습니다. 또한, 4번 사항 때문에 지속적인 외부 프로젝트를 추진/진행하는게 중요한 겁니다(진짜로 전화하더라구요.). 참고로 UH의 구인 페이지 주소를 적어드립니다. http://www.pers.hawaii.edu/wuh/search.aspx

중요한 부분인데요,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최종적으로 고용이 결정되면, 학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하는데요, UH든 HPU든 졸업하고나면 Bachelor degree 수여 여부는 졸업식을 치르고나서 대략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경우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곤란했었는데요, HPU 다니시는 분이라면 여기서 반드시 알아둬야할 점이 있습니다. HPU 재학 중, 마지막 학기에 Petition To Graduation이라는 졸업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 서류에는 카운셀러와 Financial officer로부터의 서명을 학생이 직접 받아와야합니다. 그리고 제출하게되면, 학교에서 내부적으로 Dean에게 결재(“결제”가 아닙니다. “결재”입니다.)를 받게되고, 이상없이 정상접수되면 학교 사무실에서 최종승인된 이 신청서를 스캔해서 학생 이메일로 보내줍니다. 거기보면 이 학생이 어떤 학위이고 어떤 전공으로 졸업하는지 적혀있고, 주요 결재자들의 서명이 날인되어있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해당 학위가 있다는 아주 중요한 증거가 되는 셈입니다. 이 메일을 꼭 잘 보관하세요. 참고로 2012년의 경우, 12월 18일에 졸업식을 했고 1월 9일에 학위가 나왔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UH 인터뷰 당일날, 3명의 면접관과 면접을 봤습니다. 엄청 많이 떨렸습니다. 앞서 2군데에서 인터뷰 봤을 때는 정말 하나도 긴장되지 않았었는데요, UH에서의 인터뷰는 좀 까다롭다는 소문을 들었던터라 많이 긴장됐었습니다. 그 당시, 담당 교수님, Technical Lead, 그리고 Help Desk 직원과 함께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를 봤었구요, 역시 예상대로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질문, 그리고 아주 기초적인 수학문제와 제 분야에 관련된 이론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마지막에는 컴퓨터로 직접 뭔가를 시연하는 기술 테스트를 봤구요.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제가 말하는 모든 말들에 대해서 면접관 3명 모두가 뭔가를 노트에 적었습니다. 무슨 대답을 하던, 이게 틀리던 맞던 뭔가를 계속 적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대략 1주일 후,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2차 인터뷰를 보고싶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담당 교수님을 제외한 2명과 2차 기술 인터뷰를 봤고, 이 2차 인터뷰를 본지 1주일 후쯤에 고용을 희망하는 전화를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UH에서의 직원 고용이 무척이나 까다롭기 때문에, 담당 교수님이 고용을 희망한다는 통보를 하고나서 학교 HR에 승인을 받아야 최종적인 Official Job Offer를 보낸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 과정이 무려 1~2달이나 걸린다는 점이구요. 운이 좋아야 한 달 걸린다고 하네요. 한 면접관에게 들은 얘기가, 많은 사람들이 UH에서 일하고 싶어하고, 학교 측에서도 그점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사람을 쉽게 뽑지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리 담당교수님으로부터 고용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고용된다고 보장받을 수 없는 상태이며, 전화하신 교수님도 축하한다는 말은 안하시더라구요. 전화받으면서 왠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좋아해도 되는건지… 이게 분명 분위기상 축하한다는 말을 들어야하는데, 말하는 분의 뉘앙스가 “고용하고싶으니 일을 진행해보자. 하지만, 현재로서는 고용을 확신할 수는 없다.” 이런 식인겁니다. 왜인지는 밑에서 설명합니다.

일단 교수님이 대략의 연봉을 제게 제안하고 제가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제 이력서를 기준으로해서 교수님이 UH에서 직원을 고용할 때 평가하는 평가서 (http://www.hawaii.edu/ohr/bor/forms/ITSalaryMatrix.pdf)를 작성합니다. UH의 연봉표는 UH 웹사이트에 공개가 되어있는데요(https://drive.google.com/file/d/0B76bPJILd2OnaFlMSGZXd1lNTUU/edit?usp=sharing, 두번째 페이지), 간단히 설명드리면 모든 직급이 A, B, C, D의 등급(Band)으로 나뉘어져있고, 각 Band들은 1부터 48까지의 등급으로 나뉘어집니다 (위의 연봉표는 IT 직종에만 해당합니다). 참고로, 신입이나 경력 1-5년 미만은 Band A에 해당하며, 경력 5년 이상은 B에 해당합니다. 또한 간단히 얘기해서, 제 분야의 H1-B 하와이주 법적 최저 연봉은 대략 $49,000 정도입니다 (http://www.flcdatacenter.com/OesQuickResults.aspx?code=15-1142&area=26180&year=13&source=1). 다른 분야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www.flcdatacenter.com/OesWizardStep2.aspx?stateName=Hawaii

따라서, 순서가 Selection Committee -> 연봉 제안 -> Fiscal Officer -> Dean -> HR Officer 정도 되는 것 같구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HR에서 reject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Dean 승인이 났다고 하더라두요). 또한 HR에서는 되도록이면 연봉을 깎을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까다롭다고 하더라구요. 그외에도 제가 들은 건, UH 내 각 대학들이 각자의 예산을 갖고 인력을 고용한다고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HR에서 최종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고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저와 제 와이프 둘이서 축하하고 싶어서, 내용을 좀 메일로 써서 보내주면 안되겠냐고 물어봤는데, 돌아온 응답은 “Job Offer Letter를 보내기 전까지는 guarantee 해줄 수 없다” 였습니다. 아무튼 최종적으로 HR에서 승인이 나지않으면 어떠한 경우도 고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래서 담당 교수님도 절대 guarantee 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겁니다.

Dean 승인 후 HR에서 결재가 진행되는 동안, 서류 작성할 게 있으니 잠시 오라고 해서 갔었습니다. 거기서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서류를 작성하고 왔는데, 정말로 이름 쓰고 주소 적고 싸인하고를 한 시간 내내 했습니다. 서류를 작성하면서 알게된 건데, UH 즉 하와이 주립대학교는 하와이 주정부 (State of Hawaii)의 한 부서(Department)로 분류되더라구요. 제가 작성한 서류 대부분이 State Form였으며 그 서류들 중 일부는, 주정부 직원으로서의 베네핏에 관련된 서류도 있었고, 만약 본인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죽게되면 연금을 누가 수령할지에 대한 서류도 있었습니다. 보험은 HMSA와 카이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관련 자료는 하와이 주정부 웹사이트의 고용인노조 건강보험 관련 페이지나 혹은, http://eutf.hawaii.gov/records-and-references/2012-rates-and-contributions/state%20eff%2001-01-12.pdf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나니 담당 교수님이 잠시 보자고해서 갔고, 제 연봉제안서 (Salary Recommendation)를 보여주시면서 각 항목에 대한 점수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 설명해주고 최종적으로 제안하는 연봉은 이렇다 라고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면서, HR에서는 되도록이면 연봉을 깎을려고 하기때문에 이 제안서에서 $-2,000 정도까지는 예상하고 있으라고 하시더라구요. 또한, 오늘 이러한 서류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저는 여전히 고용이 확정된 건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또 참고해야할 사항 중 하나가, 예를 들어서 만약 2월 1일에 첫 근무를 하게된다면, 첫 월급은 3월 중순이 넘어서 받게된다고 합니다. 때문에, UH에 고용됐으니 월급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시면 나중에 생활비 때문에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UH에서 APT(Administrative, Professional, Technical)로 분류되는 직종들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의 견습기간을 갖고있구요, 설명하기에는 좀 길고 복잡하지만(Bargaining Unit 8) 첫 6개월간은 전체 연봉에서 5% 삭감된 금액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면 정상 액수를 수령하게 되구요. 일종의 트레이닝 기간으로 보면 되겠네요. 아무튼 Dean에게 Job offer letter를 받고나서 Acceptance letter를 답장해주면 그것으로 고용절차는 끝나게 됩니다. 첫 출근시 Administration officer로부터 Dean의 Job offer letter의 원본을 봉투에 담은 채로 전달받게 되며, 마지막으로 Designation of Beneficiary라고 하는 일종의, 직원사망시 급여수령자를 정하는 주정부 양식 (D-90)에 공증을 받아서 제출하면 대부분의 서류제출은 끝나게 됩니다.

간단하게 적을려고 했는데, 적다보니 자세히 적고싶었고, 자세히 적다보니 너무 내용이 길어져서 중간에 삭제한 부분도 좀 많았습니다. 제가 하고싶었던 분야가 하와이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분야라서, 운이 좀 많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반대로 말하면 일자리가 많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하와이의 여러 기업들, UH, HPU와 주정부에서 곧 도입을 추진 중인 분야이기 때문에, 하와이에서 최대한 오래버틸 수만 있으면 분명히 길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는 지금도 UH에서 여전히 사람을 구하는 중입니다. UH 인터뷰 첫날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이쪽 분야에서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너까지 포함해서 지원자가 총 2명이다” 라고 하시더군요. 제 상사가 되실 분 말씀이, 자기가 UH에 일하기 전에 무려 9개월이나 관련 담당자가 공석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하와이에서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않은 분야라서 비록 제 예상이지만, 오래 버티면 나중에 충분히 좋은 길이 올 거라고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쪽지 주시면 어떤 분야인지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컴퓨터 하시는 분들이 아닌 분들께 이게 뭔지 이 글에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고 어려워서요. 그렇다고 또 뭔가 대단한 건 아닙니다 (리눅스/유닉스 서버 쪽입니다).

아무튼, 제 길고긴 6년에 가까운 유학생활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실은, 이력서를 돌리기 전까지만 해도 “취업, 그까이꺼 어디든 되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있었는데, 막상 이력서를 돌리면서 정말 취직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두달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구직활동이었지만, 새삼 취업하신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저는 순전히 운빨이어서, 앞으로 걱정이 태산같이 남았구요.

이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위해 어쩔 수 없이 대학원까지 나와야하는 그야말로 평생 공부해야하는 길을 걷게됐지만, 제가 너무나도 원하던 직장에서 너무나도 하고싶었던 일을 하게되어서 이 기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네요. 여전히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성적도 그다지 좋지않은데다 나이까지 많아서, “미국 유학”이라는 타이틀에서만큼은 정말 실패했다고 생각되는 제 자신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 유학&취업수기가, 이제 막 유학길에 오르는 저같은 늦깍이 유학생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수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