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람의 수명이 최소 200년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 중 이번에는 맛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어릴 땐 몰랐는데, 그러니까 그 어릴 때라면 대략 2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까지, 왜 이렇게 야채들이 맛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릴 땐, 버섯이 왜 맛있는지, 파가 왜 맛있는지, 양파는 왜 달달한지, 부추는 향이 왜그리 좋은지, 당근은 왜 그냥 이유없이 싫은지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보니 얘네들이 가진 맛을 더 잘 느끼게 되면서 매 끼니마다 먹는 음식들을 좀 더 즐기게 됐다.

나도 어릴 땐 초딩입맛이어서 햄 소세지 고기 등등만 먹고싶어했었는데, 이게 어느샌가 20대 후반을 넘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니까, 물론 여전히 햄 소세지 고기가 맛있긴 하지만 양파도 너무 맛있고 버섯은 정말 죽여주고 설렁탕 곰탕 먹을 때는 밥반 파반 넣어서 먹으면 정말 끝내주더라. 쓰다던 케일도, 사과와 바나나랑 같이 넣고 갈아서 마시면 그런대로 맛이 있고, 특유의 고약한 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던 샐러리도 마요네즈 찍어먹으면 식감도 그렇고 참 맛있다. 아스파라거스는 그냥 굽기만 해도 무지 맛있고, 어릴 땐 참 싫던 호박전이 세상에나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어느날 하루 입이 심심해서, 예전에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사다놓은 꼬마당근이 생각났다. 게임하면서 한 두개씩 집어먹으니까 달달하니 너무 맛있어서, 그 자리에서 국 그릇으로 2그릇은 먹었는데 왜 어릴 때는 그토록 당근이 싫었을까 (참고로, 당근은 한 번에 많이 드시면 안된답니다. 저렇게 먹고 다음날 폭풍설사하느라 고생했어요).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에게 아무리 야채 맛있는거니까 먹으라고 억지로 숟가락 들이밀어봐야 별 소용없는 것 같다. 결국 나처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미각도 더 발달하고 그런 야채들이 가진 고유의 향을 깨닫게 되는 건데, 어릴 때 당시에는 그런게 아무리 좋다고 어른들이 얘기해봐야 내가 싫으니까 먹기가 싫은 것.  결국 스스로 그 맛을 느끼기 전까지는 그냥 의미없는 풀떼기에 불과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