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글은 실체 시리즈 혹은 실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좀 그런게, 본 글에서는 영주권을 따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고자 하여 하와이와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길고 긴 영주권의 여정이 2019년 11월 21일부로 끝났다. 11월 13일에 인터뷰를 보러가서고 인터뷰어가 그 자리에서 승인해줬으며 대략 1주일 만에 영주권 카드를 받았다. 2007년 3월 4일, 30살이라는 나이에 하와이에서의 유학생활을 시작하여 어학연수, 커뮤니티 칼리지, 4년제 대학 편입, 취업을 거쳐 영주권을 따기까지 무려 12년 8개월이나 걸린 셈이다. 내 30대의 절반을 유학생으로서 공부하는 것에 쏟아부었고, 늦게 유학온 이유로인해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사회에 뛰어들게 됐다. 유학생 시절 당시를 돌이켜보면 참 힘들었으며 이 생활이 언제 끝날까 하는 앞이 보이지않는 불안하고 힘든 나날을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재밌었고 추억이 있으며 해볼만은 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군대 입대 전에는 무섭고 두렵고 입대 후에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힘든데, 제대하고나니 한 번쯤 가볼만은 한 곳이다, 나름 재밌었다 라고 회상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 싶다. 이에 관련된 내용은 실체 시리즈에 많이 적었으니 궁금하신 분은 여길 보시고,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첫 시작은 2017년 4월 10일 신문에 구인광고를 올리면서였다. 2019년 11월 13일에 끝났으니 총 2년 7개월이나 걸린 셈인데, 이 기간 동안 되도록이면 거주지를 옮기면 안된다. 영주권 신청 절차는 내맘대로식으로 분류하자면 5단계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1. 구인 광고
  2. Labor Certification
  3. I-140
  4. I-485
  5. 인터뷰

하나씩 설명해본다.

먼저, 고용주가 영주권을 스폰해주겠다고 결정하면 현지 지역 신문사 3군데에 실물 구인 광고를 14일간 올리고, 구인구직 인터넷 웹사이트 2군데에 한 달간 구인 광고를 올려야한다.

광고를 2주-1달간 했음에도 적합한 미국시민권자를 찾지못했다면 현재 고용 중인 외국인 외에 해당 포지션에 맞는 인재를 찾을 수 없어서 이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스폰해주려고 하며, 이 외국인을 고용하더라도 현지 취업 시장에 영향이 가지않는다는 것을 증명 받기 위해 미 노동청에 Labor Certification (이하 LC)이라는 것을 신청한다. 이 서류는 물론 고용주가 제출하는 것이므로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현재 받고있는 연봉이 거주하는 주의 해당 분야 최저 연봉 이상이어야하고, 고용주는 신문광고를 통해 이력서를 접수하는 사람들과 인터뷰도 봐야하니 사실상 고용주 입장에서는 굉장히 번거롭고 피곤한 과정일 것이다. 이 LC만 나오면 전체 과정의 최소 절반 이상은 된거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될만큼 중요하다.

LC가 나오면 I-140이라는 서류를 접수하게 된다. 이 서류는 고용주가 제출하는 서류로서 나에 대한 상세한 신상 정보, 고용주에 정보, LC 그리고 각종 문서들과 함께 제출한다. 이 기간은 대략 6개월에서 8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Premium Processing Fee라는 추가 비용을 더 내면 우선적으로 처리해주고 6-8개월 걸리는 심사기간을 2개월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나는 신청하지 않았지만, 신청했었던 아는 동생은 정신건강을 위해서 신청했다고 했다. I-140은 고용주의 회사가 특별히 문제 없으면 사실상 문제 없다고 봐도 된다.

I-140 허가가 떨어지면 이제 I-485라는 것을 접수하게 되는데, 이 서류는 피고용인 즉 내가 직접 준비해야하는 절차이다. 상당히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하는데,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다 역시 기간도 8-10개월 정도로 오래 걸려서 나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꽤 된다. 물론 오래 걸리므로 그냥 잊고사는 것이 속편하긴 하지만, 중간중간 받게되는 우편물들이 잊고살 수 없게 만든다.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나열해본다. 순서는 생각나는대로 적었다.

한국 서류

  • 기본 증명서
  • 가족 증명서
  • 혼인 증명서
  • 병적 증명서
  • 여권 사본

미국 서류

  • I-94
  •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I-20 사본
  • 모든 I-797 (approval notice, change of status 등) 사본
  • EAD 사본
  • 모든 W-2 사본
  • 최근 2개월간 Paystub 사본
  • Medical Report (Form I-693 Medical Examination)
  • 모든 비자 사본
  • 이력서
  • 재직증명서 (Employment Verification Letter) 원본
  • Job Offer Letter 사본
  • 대학 졸업장 사본
  • 성적표 (Official Transcript),

그외 – 여권용 사진 6장

위의 서류들 중에서 한국 서류들은 번역을 해야하는데 공증까지는 하지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해야한다고 했는데 난 안했다. 한국 영사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각종 증명서 양식을 다운로드받아 내용을 채우고, 하단에 아래와 같이 적고 빈칸에는 영어와 한국어 둘 다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지인(친구) 등의 이름과 서명을 받으면 된다.

I ___________, certify that I am fluent (conversant) in the English and Korean languages, and that the above/attached document is an accurate translation of the document attached entitled Certificate.

Medical Report는 DHS에서 인증한 병원으로만 가서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해당 병원들은 본 서류를 발급받는 비용을 굉장히 비싸게 책정하며, 인터뷰를 보는 시점에서 본 서류 발급일이 1년 경과하면 다시 받아야하므로 굉장히 신경쓰인다.

I-485를 접수하면서 동시에 일명 여행허가증이라고 부르는 I-131 Application For Travel Document (Advanced Parole)와 워킹퍼밋이라고 부르는 I-765 Application For Employment Authorization을 같이 신청하게 된다. 보통 위의 서류들을 따로 접수하면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I-485와 같이 접수하면 비용은 면제된다. 또한 I-131과 I-765를 같이 접수하면 일명 Combo Card 콤보카드라는 것이 발급되는데, 해당 카드 한 장으로 미국 입출국 및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증명이 가능하다.

그외 서류들은 F-1에서 시작해서 H-1B를 거치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는 서류다.

위의 모든 서류가 제대로 작성되어서 접수가 이루어지면 check으로 발송한 I-485 접수비용 (2019년 현재 1인당 $1,225)이 계좌에서 빠져나간다. 이후부터는 기다림의 연속인데, 시간이 지나면 I-131과 I-765의 서류접수 통보, approval notice, 그리고 콤보카드를 받게 된다. 계속 기다리다보면 Biometrics Appointment라는 우편물이 오는데, 미 이민국 사무실에서 지문 채취 및 사진 등을 찍으러 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을 하고난 이후에 해외를 나갔다오면 Appointment letter가 또 와서 또 하러 가야한다. USCIS 홈페이지에서 Case Status를 가끔 확인하다보면 Interview schedule을 할 예정이라는 상태로 변경되는데, 이 상태에서도 최소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인터뷰 예약 고지서가 날아오게 된다.

인터뷰 날짜가 적힌 우편물을 받으면 뭘 준비해서 가져오라고하는지 목록이 적혀있는데, 해당 목록에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별도로 챙겨간 서류가 하나 있었다. 바로 Employment Verification Letter 즉 재직증명서였는데, 내 경우는 인터뷰어가 이거 하나만 가져가고 나머지 서류는 거들떠도 안보고 돌려줬다. 참고로 가져오라고 하는 서류들의 목록은 사실상 I-485를 접수할 때 냈던 모든 서류들의 사본을 가져가야하는 것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므로, I-485 서류를 USCIS에 접수하기 전에 모든 서류를 스캔해놓을 것을 추천한다. 인터뷰어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인터뷰어는 가져간 사본 서류를 모두 확인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준비는 확실히 해야한다.

내가 겪은 인터뷰에 대해 설명하자면, 총 인터뷰는 1시간 이상 소요됐으며 개인적으로 긴장은 하지않았으나 인터뷰어의 질문은 유도질문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현재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고 대답을 했더니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을 해달라고 했으며, 현재 사는 곳이 어딘지 물어봐서 설명을 했더니 잘 모르는척하면서 주변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또한, 집에 컴퓨터가 몇 대가 있는지 물어보고 그 컴퓨터들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어떤 브랜드인지, 내 경우는 조립컴퓨터가 있었는데 델이나 HP 등 대기업 컴퓨터 놔두고 왜 컴퓨터를 조립했는지를 물어보는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질문 속에 숨겨진 의도가 있을까 싶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내 경우는 직장도 확실하고 그동안 미국 유학으로 입학했던 시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는데다, 현재 직장에 취직한 이후로 직장을 옮기거나 부서를 옮기거나 하는 변동사항 역시 없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하지않았으며, 사실 이 영주권 인터뷰의 목적은 내가 알기론 영주권 스폰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우연히 운좋게 받은 것을 걸러내기 위함이라고 알고있었기 때문에 인터뷰 자체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하는 까다로운 인터뷰어에게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한다고 생각하여, 묻는 말 외에 여러가지 얘기를 많이 했고 그것이 도움이 되었던지 인터뷰가 끝나면서 바로 approve 해주겠다고 했고 그날 오후 3시쯤에 바로 이메일과 SMS로 approve 통지를 받았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아는 동생은 인터뷰를 보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영주권을 받았기 때문에 인터뷰가 끝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의외로 승인이 빨리 나지않으면 이건 이것대로 또 정신건강에 좋지않다.

이제 약 2주 후면 Approval Notice를 받게될테고, 이후 1-2주 후면 일명 그린카드라고 부르는 영주권을 받게될 예정이다. 나도 유학생 때 그랬지만, 나같은 많은 외노자 혹은 유학생들이 영주권만 받으면 뭐든 다 잘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이유로 큰 꿈을 갖고 공부하러온 유학생들 일부는 미국 시민권자와 어떻게든 결혼해서 영주권을 받을 생각만 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하지만 실상은 유학생과 H/J 비자로 일하는 분들을 제외한 주변 사람 모두가 영주권자 혹은 시민권자이니 그들과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는 점, 결국엔 신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하와이 내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잘해주고 싶었고 도와주고 싶었으며 실제로 잘해줬고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나도 같은 길을 걸어왔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며 얼마나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면 그러한 과정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온다고 얘기하고 싶다. 내가 비록 대단한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연봉을 버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박사 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도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내 지인들에게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지내고 있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있다. 이러한 나의 보잘 것 없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었으면하는 바램으로 유학/취업에 대한 수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