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기를 통해 맥을 버리고 윈도우만 써온지 3년쯤 됐다. 개인 컴퓨터조차도 유닉스 계열의 운영체제를 포기하고 윈도우즈만 쓴 게 인생을 통틀어 처음인 것 같은데, 윈도우즈10의 완성도가 상당히 좋아서 지금까지는 문제없이 포맷조차도 한 번도 하지않고 3년째 써오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스럽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에 써있는 프로그램인 DEVONthink가 없다는 점이다.

한창 맥을 쓸 때는 DEVONthink가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매번 구매해서 써왔지만, 사실 데본을 쓸 때는 이게 뭐가 좋은지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는 전혀 모르고 썼다. 그냥 개인적인 기록을 보관하기 위해서 썼었고, 그런 자료를 넣고다면 그냥 프로그램을 종료시켰을 정도로 나에게 있어서는 그냥 자료를 넣는 용도 외엔 전혀 활용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맥을 버리고 윈도우즈만 쓰게 되면서 바탕화면에 가득찬 여기저기 흩어진 메모장들과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고 폴더를 세분화해서 나눠놓은 문서 파일들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봤었던 문장들이나 내용들이 어디서 봤는지 몰라서 못찾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또 인터넷하다가 봤었던 것들을 좀 보관하고 싶은데 그것들을 보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 그리고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힌 내용들도 좀 통합해서 정리하고 싶은데 마땅치 않다는 점이 쌓이면서 이제서야 데본을 어떻게 써야할지 깨닫게 됐고 이제서야 데본이 필요하다가 느껴지게 됐다. 그동안 데본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럿 찾아봤으나 에버노트 외엔 비슷한 프로그램이 없으며, 그 에버노트조차도 데본의 검색기능은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이 안된다고 하더라.

물론 윈도우즈10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기능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VMware라던가 버츄얼박스 같은 가상화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WSL (Windows Subsystem for Linux)을 통해 리눅스를 네이티브처럼 실행할 수 있으며, 마치 애플의 아이클라우드처럼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통해 자동으로 연동되는 메모장 및 기타 문서 파일들,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윈도우즈에만 있는 프로그램들이나 윈도우즈에서 더 좋은 성능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들은 윈도우를 쓰는 장점이 충분하고 매력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데본의 부재는, 데본이라는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맥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을 정도다.

예전에는 게임 때문에 GTX 1070 그래픽카드를 사서 윈도우즈10 PC를 써왔으나, 최근 그래픽카드 구매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PC에서 게임을 돌리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다시 맥으로 돌아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예전처럼 고성능 맥/맥북까진 필요없을 듯 싶고 가성비 좋다고 소문난 m1 맥북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아… 진짜 맥 다시 안살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