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해온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다되간다. 약 2020년 3월 중순쯤엔가 시작해서 곧 끝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게 3개월 6개월이 지나고나니, “아 이거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됐고 결국은 1년이 지나고 1년 6개월이 다되간다. 원래는 8월 3일부로 전 직원이 캠퍼스로 출근하기로 결정됐으나, 델타 변이의 일일 감염자 수가 3자리 단위로 집계되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주립대 총장이 전체 메일로 재택근무 종료를 취소한다고 알렸다.
사실, 재택근무 끝내고 사무실로 출근하길 바랬었다. 일단은 일 답지 않은 일을 계속 해야하고, 말이 좋아서 일이지 사실상 노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일을 하고 있다. 업무특성상 모든 것이 다 잘 돌아가면 딱히 할 일이 없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만 일을 하면 뭔가 일을 벌릴 수도 없고 벌릴만한 것도 없다보니, 아침에 주기적으로 하는 두어시간의 필수 업무만 끝내고 나면 하루종일 유튜브나 보고 넷플릭스만 보다가 다른 직원들이 문의하거나 도움 요청하면 좀 도와주고 하는 식의 일과를 1년 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재택근무가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졌고 나중엔 즐기게 됐고 이제는 평생 이렇게만 일하면서 돈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더라.
학교 총장의 메시지엔, 캠퍼스 내에서 상주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업무를 하는 직원은 출근하고, 그외엔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한해서 슈퍼바이저의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적혀있길래 처음엔 그 메일을 받고 당연히 출근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출근해서 시작할 업무의 계획도 나름 세워놨었다. 그러다 출근하기 한 3-4일 전쯤 무슨 문제가 있어서 동료 직원이랑 채팅하고 있는데 내가 이제 곧 사무실로 출근할 것처럼 얘기하니까 그 직원이 “너 사무실 나올 거야???”라고 묻더라. 순간 이게 뭔소린가, 내가 총장 메일을 잘못 이해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매니저랑 채팅을 해보니, 매니저는 계속 재택근무 할 거라면서 나보고 나오지 말라더라. 내 추측이지만 내 매니저도 재택근무를 즐기는 듯 싶다. 본인도 출근하기 싫은듯. 결국 모든 계획은 다시 미뤄두고, 또 다시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 보고 게임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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