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4일이면 하와이 온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에서 2007년 3월 3일날 떠나서 4일날 도착했는데, 정작 3월 4일날은 좀 바쁘다보니 그날이 10년째 되는 날이라는건 아예 생각지도 못했고, 이제서야 글을 작성하다보니 지금까지 10년간 겪었던 일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블로그에서 여러번 밝혔지만, 나는 가진 돈이 없어 와이프와 함께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었다.  그렇게 학교를 다녔고, 그간 고생에 대한 보답이었던지 졸업하기 전에 이미 취업이 결정됐고, 그렇게 취업된 곳에서 취업비자도 받고 영주권 스폰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은퇴할 때까지 계속 일할 것 같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한국사람들과 거의 만나지 않았다.  딱히 만날 일이 없기도 했거니와, 일하는 곳에 한국사람이 아예 없기도 했다.  여기서 태어난 (말이 좋아 한인 2세지, 사실상 미국인인) 한국인 직원이 하나 있긴하지만 어차피 늘상 영어로만 대화를 하는데다, 그 직원은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한국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다보니, 정말이지 일하는 곳에서는 내 주위에 한국사람이 하나도 없다.  유학 당시부터 무려 6년 넘게 알고지내왔던 한국인 유학생들은 결국 2명 제외하고 전부 돌아갔고, 딱히 한국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나로서는 새로운 만남이라는 게 생길 수가 없어서 이제는 날 아는 한국사람도, 내가 아는 한국사람도 몇 안된다.

집안에 틀어박혀있어야 힐링이 되는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5시에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가서 컴퓨터 키고 인터넷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와이프랑 산책을 하는 것이 내 일상의 전부였다.  그리고 이런 생활이 너무나도 좋았다.  5시 퇴근해서 집에 오면 5시 20분인데, 이 시간부터 잠잘 때까지 7시간에 가까운 나만의 개인생활이 주어진다는 것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본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더욱 더 만족스러웠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살인적인 물가와, 어이없는 저렴한 인건비, 그리고 엄두가 안날 정도로 비싼 렌트비는 많은 사람들을 미 본토로 이사가게 만들긴 하지만, 크게 욕심부리지만 않는다면 난 지금의 내 생활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요즘 확실히 하와이에 한국사람들의 유입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나처럼 이렇게 한국사람들을 안만나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아졌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역시 사람이란 존재는 참 간사한 게, 내가 먹고살기 편해지니까 이제 더 이상 한국사람들이 하와이에 안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와이에 거주인구 늘어나면, 집 렌트비, 땅값, 물가 등등 전반적인 모든 것의 가격들이 오르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알고지내오는 유학생 출신 동생들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더라고.  이제 좀 그만왔으면 좋겠다고.  심지어 어떤 같은 유학생 출신 동생 하나는, 그런 면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게 딱히 싫진 않다고 하더라.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수많은 한국사람들이 해외로 이민을 가면 세월이 흐르더라도 당사자들의 사고방식이나 정체성 등 여러가지 것들이 이민갈 때 당시에 박혀있다는 거다.  이 얘기를 하와이에 와서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라서, 내가 하와이 처음 왔을 때 당시 2007년도에 여전히 머물러있다.  한국을 생각하면 내가 살았던 2007년도의 모든 것들과 비교하게 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짜장면이나 버스비 등의 물가를 여전히 2007년도 당시의 물가로만 생각한다거나 한다는 점.  더 신기한 건, 단순히 당시의 한국을 떠날 때 당시의 한국생활 뿐만 아니라 일종의 정신연령도 이민올 때 당시로 멈춰있는 듯 하다는 건데, 나는 내가 여전히 하와이 올 때 당시의 나이인 30살, 혹은 30대 초반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

하와이에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3년 미만 거주자, 3년 이상 거주자.  무슨 의미냐면, 하와이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미국인이든 외국인이든 3년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는 거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싼 물가 때문인데, 암튼 그렇다보니 보통 하와이 사는 분들한테 얼마나 사셨냐고 물어보면 왠만하면 20년 30년이다.  그래서, 누가 나한테 하와이 얼마나 사셨냐고 물어보면 온지 얼마 안됐다고 얘기한다.  사실 10년 산 정도로는 명함 내밀기 힘든 수준.

그렇긴해도 10년이란 세월이 적지는 않은터라, 하와이 돌아가는 사정, 하와이 사람들의 특성 등을 잘알게되고, 그러다보니 나도 점점 이 동네사람처럼 되어가는 듯 하다.  이제는 나도 하와이가 제 2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익숙해졌고 또 앞으로 여기서 생을 마감할 거라는 생각도 하고있는데, 지난 6년 간의 유학시절이 헛되진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에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