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시절 컴퓨터 고치는 알바를 했었다. 하와이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는데, 일화를 좀 소개해드린다.

1. 노트북에 윈도우를 재설치하는 데만 해도 기본으로 $99부터 시작한다. 본토는 일단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니 거기는 가격이 많이 싸겠지만, 하와이는 그렇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일단 컴퓨터를 다루는 직업부터가 이미 인건비가 비싼 엘리트 기술자라는 인식이 있기도 하기 때문. BestBuy 같은 곳은 더 심한데, 한국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말도 안되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서 $160, $200씩 받는다. 뭘 붙이냐면, 한국식으로 치면 곰플레이어나 알집 같은 무료 프로그램 몇 개 설치해주는 정도.

2. 어느 날은, 노트북에 윈도우 다시 깔아달라고 맡긴지 두달이 넘도록 안찾아가길래 전화를 했더니, “나 노트북 맡긴 적 없는데?” 라고 하더라. 자기가 노트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나? 지금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일.

3. 역시 마찬가지로 노트북 고쳐달라고 맡긴지 몇 달이 되도록 안오길래 연락해서 물어보니까, 자기 딸이 맡긴 것 같은데 자기 돈 주고 찾아줄 생각 없으니까 그냥 폐기하란다. 더 어이없는 건, 그 딸도 별로 찾고싶은 생각이 없다는 점.

4. 어떤 한국 손님이 노트북 액정이 깨졌다고 액정 교체하는데 비용이 얼만지 알려달라면서 맡겼다. 뭐 이것저것 알아보니 한 $150에서 $200 정도 들 것 같길래 얘기해주니까, 그냥 폐기해달란다. 컴퓨터 가격이 한국에 비해서 워낙 싸다보니 그돈 주고 고치느니 그냥 새로 사겠다고 생각한듯.

5. 노트북은 페이스북 하는데에만 사용하고, 그 외엔 아예 사용을 안하던 20대 손님이 하나 있었다. 컴퓨터를 아예 쓸 줄 몰랐지만, 사실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컴퓨터 자체가 아예 필요가 없었던 것. 컴퓨터는 그냥 페이스북 전용 머신.

사실 많은 하와이 사는 사람들-특히 마이크로네시안이나 사모안-이 대부분 컴퓨터 없이 살거나, 있어도 보통 학생들은 숙제하는 것과 페이스북 하는 것 말고는 아예 사용안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 살 때 (2006년도 당시)는 노트북 한 대 갖는 것도 가격이 비싸서 참 어려웠는데, 이 알바를 하면서 내가 쓰던 노트북이 한 3대는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