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많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아파트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내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한국사람들은 위생관념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도 좀 더 철저해서 더러운 거 못보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와이도 당연하지만 바퀴벌레가 많다.  미국인들도 위생관념 철저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아주 고급 아파트가 아닌 이상 어느 건물이든 처음 이사가면 바퀴벌레를 거의 매일 보게 된다.

내가 한국에 살 땐 몰랐는데, 이 Raid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살충력을 갖고있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한테 얘기하면 다들 잘 모르는데, 한국에 서식하는 바퀴벌레에는 잘 안통하는건지, 바퀴벌레를 잘 못보니까 안써봐서 그러는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이걸 여러 개 사서 주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화장실에 하나 이렇게 비치를 해놓고 살아야하는 이곳 현실에서 내 경험에 의하면, Raid는 정말 엄청나다.

살충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스쳐도 사망” 수준이다. 스프레이로 분사가 될  때 조준을 제대로 못해서 분무되는 액체의 끄트머리 한 방울만 맞아도 사망일 정도로 강력한 이 화학무기는 하와이 특유의 슈퍼 바퀴벌레 잡는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하와이에는 슈퍼 버그라고 해서 유난히 크기가 큰 곤충들이 많은데 (날씨 탓이라고 한다), 바퀴벌레가 거의 매미 사이즈이다.  얘네들은 주방에서 출몰하는 집바퀴와는 달라서 일명 “풀바퀴”라고도 부르는데 야외에서 서식하고 주로 밤에만 길거리를 배회한다. 아무래도 사이즈가 크니 집으로는 잘 못들어와서 그렇지, 살다보면 가끔 얘네들이 집으로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러면 온 가족이 비상이다.  굉장히 크다보니 혐오스럽기 때문.

그때 이 Raid를 쓰는데, 얘네들은 힘이 세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무리 많이 맞아도 즉사하는 경우는 없고 5분 넘게 발버둥 치는데다, 초탄을 맞았을 때는 온 사방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정말 눈을 잘 뜨고 봐야한다. 어디 구석에 가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  Raid가 어찌나 강력한지, 단 한 방이라도 제대로 분사한 것을 맞으면 반드시 죽는다.  한 번 뿌리나 여러 번 뿌리나 결국은 죽는다.

사실 바퀴벌레 얘기를 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내가 들은 얘기가, 바퀴벌레의 번식력이 어마어마해서 단 한 마리만 발견해도 이미 그 건물에 수천마리가 있다는 의미라고 들었다.  하와이는 왠만한 주택이라면 처음 이사갔을 때는 위에 언급했듯 정말이지 매일 바퀴벌레를 보게 되고, 특히 주방 같은 곳은 찬장 문을 열 때마다 보게되는데, 주방에 Raid를 비치해놓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볼 때마다 보는 족족 죽이게 된다.  1년 2년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바퀴벌레를 보는 일이 점점 뜸해지다가 나중에는 아예 볼 수 없게 되는데, 그렇다고 바퀴벌레가 내가 사는 건물에 한 마리도 없진 않을테고… 그런데도 바퀴벌레를 거의 볼 수 없다는 건, 자기네들끼리도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저 집에는 가지말라 라고 하는 식의 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든다.  Raid 안써본지 몇 달 된 거 같다.  우리집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