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이사를 갔다. 전에 살던 곳은 2015년 8월에 들어왔었으니 7년을 넘게 산 셈인데, 물론 언젠가는 이사를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사를 나가는 상황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전에 살던 곳은 3개 층에, 각 층마다 5개의 집이 있는 빌라 정도 규모의 건물이었다. 건물주가 대략 60대로 보이는 일본계 미국인이었고 건물주의 어머니도 영어가 유창한 것으로 보아 최소 이민 3세쯤 되는 개인이었고, 2015년 당시 기준으로도 렌트비가 상당히 싸서 그 어디서도 그런 금액으로 집을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쌌었다. 심지어, 그 싼 렌트비를 7년 가까이 거주하면서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렌트비를 올리지 않았던 이유로서는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바가 있긴 하지만 그건 그분의 개인 사정이므로 블로그에는 적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어찌됐든, 모종의 이유로 건물주가 2022년 1월에 건물을 통째로 팔았는데, 렌트 사업을 하는 회사가 건물을 인수하면서부터 렌트비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오를 거라 예상은 했고 그동안 매우 싼 렌트비로 살아왔기 때문에 렌트비가 오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오르는 금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 집이 매우 오래된 건물이라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조용한 동네이고 실내에 통풍이 잘되서 여름에도 엄청 시원했었다. 게다가 사무실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해서 굳이 주차비 내면서까지 차를 갖고다닐 필요도 없었고, 주변에 이런저런 상점들도 많고 공원도 있어서 살기에는 꽤 좋았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새로운 건물주가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건물 내 모든 집을 방문하여 주방 및 실내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당시에 우리 집은 주방 하나만 주의깊게 확인했고 다른 곳은 전혀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번에 이사 나가면서 디파짓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렌트 회사라면 분명히 디파짓의 일부를 이런저런 비용을 청구했을텐데 100% 다 돌려주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막상 이사를 다 끝내놓으니 드는 생각이, 집에 오래되고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도 초대하지 않고 나랑 와이프 둘만 살아왔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집에서 7년 넘게 살면서 사진을 단 한 장도 찍은 게 없었다. 거기서 살았을 때 당시를 기억하고 싶어도, 사진이 없으면 세월이 오래 흐르고나서 기억을 회상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아마도 거기서의 삶은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들더라. 사진 뭐 찍어봐야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배경도 같고 사람도 같은 사진 찍어봐야 똑같은거 뭐하러 찍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좀 종종 찍어놔야하는 생각도 들었다.

2022년 초에 집을 구매했는데 대략 2025년쯤 완공될 예정이라 결국 1번의 이사를 더 해야하니, 이 한 번이 마지막 이사가 되길 바라며 진짜 내 집으로 이사가기 전까지 이 집에서 특별한 일 없이 무사히 지냈으면 하고 희망한다.